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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아함 Mar 22. 2024

 고매함과 진솔함이 있는 에세이(수필)


에세이(수필)고매함과 진솔함을 드러내고 느끼는 장르다. 

 '고매함'은 인격이나 품성, 학식, 재질 등이 높고 빼어난 것을 의미한다. '진솔함'은 진실하고 솔직한 것이다.

사실에 기반하여 쓰기 때문에 작가의 성품, 인품, 성향, 취향, 견해, 재능  그대로 반영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명제에 가장 부합한다. 



어쩌면 '나'라고 하는 것은 타고난 바탕 위에 시간과 상황이 그려낸 무늬인지도 모르겠다. ~

다른 이들 앞에 현전한 나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해석을 위한 텍스트인 셈이다.

진실을 찾는 여정 가운데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다가올 때면 언제든 곁을 편하게 내줄 수 있지만, 과도한 기대와 열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들은 선뜻 맞아들이기 어렵다.

~눈에 띄는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해도 우리 속에는 언제든 발화될 수 있는 악의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가 다소 선한 것처럼 보인다면 악이 발화할 계기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다른 신이 있다. 자기를 크게 여기는 마음이다.

- 김기석, '자기도취에서 벗어나기' -


사상과 통찰이 빛나는 문장미가 돋보인다.


에세이는 주제나 소재가 참으로 다양하여 여러 분파의 에세이가 등장한. 어떤 분야의 에세이든 소재에 따라 주제로 응축되는 작가의 고매함과 진솔함이 정제된 문장으로 담긴다.

토머스 킨케이드의 ''7일간의 동행''처럼.


에세이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고 편안하게 읽는  장르다.

체험과 관조, 사상, 통찰, 감정, 느낌을 가장 적합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한.

시처럼 상징과 은유를 많이 활용하지 않으며, 소설처럼 구구절절 적나라하지 않고 꼭 필요한 내용만 담는다.  

쓰기와 읽기에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은 분량이다.

시와 소설의 가운데 위치에서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  

때문에 어휘와 문장, 문맥이 긴밀히 연결되며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이 의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


에세이는 무형식의 글이다.

그렇다고 자유분방하게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글은 결코 아니다. 기본적인 처음, 가운데, 끝부분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그에 걸맞은 특성을 드러낸다. 자유로운 글이나 방만이 아닌 읽을 가치 있는 내용을 표현한다.


'고매함'을 담기 위해선 사물과 현상을 보는 심사숙고의 치밀한 통찰력이 필요하고, '진솔함' 담기 위해서는 인간의 불완전한 진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김재식의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처럼.


에세이는 글의 기운이 맑다. 삶과 사물, 현상에 대해 고매한 사상과 통찰, 그에 따른 감정과 느낌 표현되 때문이다.

또한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솔직히 진솔하게 드러내 공감을 이끈다.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을 감상해 보자.


남성의 오만한 명예욕도, 권력의 야망도 없는 조용한 세계, 골무가 지배하는 것은 넓은 영토의 왕국이 아니라 반짇고리와 같은 작은 상자 안의 평화이다.~모든 것을 해지게 하고 넝마처럼 못 쓰게 만들어 버리는 시간과 싸우기 위해서, 그리움의 시간, 슬픔의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온갖 시간을 이기기 위해서 손가락에 쓴 여인의 투구 위에서는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색실의 무늬들이 아롱지기도 한다.

              - 이어령, '골무' -


바느질할  바늘귀를 밀기 위하여 손가락에 끼는 골무라는 작은 사물을 가지고도 얼마나 깊은 통찰과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였는가!


뒷문을 열고 차고를 지나 묵직한 도어를 열면 거기 아늑하게 고여있는 적막이 좋았다.

~스탠포드 캠퍼스에선 후버타워의 종이 시간마다 쟁기질했다. 처음 울릴 때부터 조신스러웠지만 그 여운도 길고 아련했다. 마치 보리밭 긴긴 이랑 끝으로 사라지는 뻐꾸기의 나른한 울음 같았다. 그 종소리가 여섯 번 울리면 배가 고팠다. 그리고 주섬주섬 책상을 정리하곤 연구실 문을 나섰다. 찰그락 잠기는 소리가 기다란 복도를 흔들었다.

 - 허세욱, '커피포트 하나' -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고 보리밭이 펼쳐지는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까지 손수 처리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그러나 나는 꽃을 가꾸는 일과 장작을 패는 일만은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 것까지 양보하기에는 인생에 주어진 기쁨이란 그리 많지 못하기 때문이다.

      - 손광성, '장작 패기' -


 정감 있고 운치 있는 꽃 가꾸기와 장작 패기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조우한다.


한 편의 고매한 에세이는 읽는 이의 정신을 안정되게 하고 인생을 사는 자세를 다듬게 한다.

진솔함 불완전한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공감하며 삶을 반추해 반면교사로도 삼게 한다.


고매한 사상이 은은히 담긴 에세이에서 품격 있는 인생을 추구하게 하고, 거짓과 꾸밈이 없는 진솔한 에세이에서 가슴이 뭉클하거나 유쾌한 마음의 정화가 일어난다.


에세이는 심오한 통찰과 섬세한 감성으로 인생을 품위 있게도 아름답게도 꾸는 글이다. 


*사진출처 : 커버/wmd.god21.net-Gewoozee

                     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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