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정담의 소소한 행복

by 고아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나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며,

그 만남 속에 나누는 정담은

인간의 선한 사랑을 교감하는 것이다.




산책을 하며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작게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인생 세계를 만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아지 또한 산책을 하며 여러 종류의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고 새로운 느낌을 만끽합니다. 서로 코를 맞대며 냄새를 맡고, 멍멍 짖기도 하며 장난을 칩니다. 상체를 낮추어 앞발을 나란히 땅에 짠짠 힘 있게 대고는 마주친 강아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 갔다 반복합니다.


그런 모습을 한동안 함께 지켜보며 견주들은 흐뭇하게 미소도 짓고 소리 내 웃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상대의 견주에게 강아지가 귀엽다, 털이 환상이다, 사랑스럽다, 강아지가 차분하고 젊잖다, 사회성 있다, 활발하다, 밝다, 착하다 같은 좋은 말들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강아지가 매개가 되어 처음 만난 사이도, 또다시 만나게 된 사이도 어느새 정겨운 산책 벗이 됩니다.


강아지가 아니면 그저 말 한마디 없이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우연이 잦아지고 친숙함이 더해졌습니다. 그 가운데 오고 가는 인사말과 정담이 훈훈한 느낌을 안겨 니다.

사람은 일생을 만남에서 시작해 떠남으로 마무리합니다. 처음 부모님을 만나고, 형제와 자매를 가족으로 만납니다.

이어 동성과 이성 친구를 만나고, 청년기엔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을 만나며, 결혼해 새 생명인 아기를 마냥 신비와 행복으로 만납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가족과는 다른 남편과 아내, 자녀로 이루어지는 제2의 가족을 형성합니다.


학교나 일터에 가면 선생님과 동료를 만나고, 주거지 중심으로는 가까운 이웃을 만나며, 길이나 행사장에서는 스치고 마주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납니다.


그렇게 삶은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그 가운데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느낍니다.


산책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는 어떤 부담도 안겨주지 않는 여유로운 만남입니다. 그래서 오가는 말이 어떤 이해타산도 사리사욕도 없는 순수의 정담이 됩니다.

자연스러운 편안함과 인간의 선의가 발현합니다. 인간의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기에 훈훈함이 있고, 소소한 행복감마저 안겨줍니다.



깊은 밤, 눈이 나풀나풀 내렸습니다.

'아, 눈이 또 내리네. 내일 아침이면 하얗게 쌓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은 조금 내렸고 도로 위를 살짝 덮고 있을 뿐입니다.

해는 반짝 떴습니다. 눈이 이내 녹을 것 같습니다.


화창한 햇살을 보고 가벼운 면티를 강아지에게 입혔습니다. 여지없이 오늘도 강아지와 산책을 나섭니다. 밖으로 나오니 따사로운 햇살 속에 눈 내린 겨울의 찬기가 느껴집니다.


신나게 내달리는 강아지에게 이끌려 도로 보도를 걷고 공원을 지나 동산에 올랐습니다. 산길에 접어드니 신선한 산내음과 봄을 재촉하는 멧비둘기 소리가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얼마를 가던 중, 나의 강아지가 운 좋게도 좋아하는 여자 친구(암컷) 푸들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보자마자 달려가더니 꼬리를 치고, 흥흥거리며 주위를 맴돌다 등을 껴안아 보기도 합니다.

견주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잠시 정담을 나눕니다. 산책을 하며 자주 만나 가까워진 분이십니다. 서로 상대의 강아지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뒤 할 일이 기다리고 있어 각자 갈 길을 가는데, 가시며 산책로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치우십니다.

오고 가는 등산객과 강아지들이 불편하지 않게, 다치지 않게 하려는 그분의 사려 깊은 행동으로 인품이 느껴집니다.


"눈 미끄러우니 조심하셔!"

돌아서 산책길을 가는 중, 뒤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이 들립니다.

"네, 선생님- "

기분 좋게 응수하고 씩씩하게 산길을 오릅니다. 산책 벗을 위해 하신 그분의 말씀이 훈기로 마음에 감돕니다.


해가 떴지만 응달진 산길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강아지는 벌써 나를 앞질러 저만치서 내가 따라내려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눈길 조심하라는 그분의 말씀을 다시 정겹게 떠올리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그래서 다치지 않으려고 몸의 무게 중심을 발 앞쪽에 두고 천천히 조심조심 비탈진 눈길을 걸었습니다.


산책 벗을 걱정해 준 그분의 마음이 고마워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치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분의 고운 마음 덕분에 무사히 눈길을 걸어 기분 좋게 산책을 했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 하늘처럼 파랗습니다. 아직은 겨울인데 하늘이 더없이 깊고 푸릅니다. 눈이 시리도록, 그러나 마음은 평화로운 하늘빛입니다.

*커버/하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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