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에는 중세시대 선인들이 살았던 주택, 수많은 보석과 화려한 장신구로 만든 제단이 있는 성당, 사람들이 모여 시장을 열고 각종 행사와 축제를 즐겼던 광장, 작은 정원을 중심으로 십자가 모양 전시관이 있는 미술관, 그리고 갑옷을 입은 기사 동상이 다채로운 검과 함께 그 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며 방문객의 마음과 눈길을 끕니다.
그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인이 찾아온 것입니다. 걷는 중, 초로의 한 여인에게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검은색 옷차림을 하고, 거대한 돌담 성벽이 뒤에 있는 푸른 잔디밭 위 커다란 조형 좌석에 다소곳이 앉아 쉬고 있는데, 손에는 강아지 한 마리를 연결한 줄을 잡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그녀와 몇 발치 떨어져 잔디에 앉아 휴식하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마음이 끌립니다. 강아지와 여인이 참 벗처럼 느껴집니다.
우주학자는 말합니다. 광활한 우주를 놓고 보면 한 개인은 한 점도 아닌 작은 티끌이라고요. 그 광활한 우주 속에 사람은 개체로 태어나고, 태초의 근원에서 분리된 외로움을 느끼며 살다, 홀로 죽습니다. 그래서 실존의 외로움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지만 실존의 외로움은 물론,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를 삽니다. 제 한 몸 감당하고 살기도 버거운 복잡 다난한 시대며, 황금만능주의로 인간을 경시하는 소외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군중 속의 고독이자연스럽게 내면으로스미고, 마음 둘 길 없는 공허로운 우울이 증가합니다.
그 우울이 생의 애착도 의욕도 상실하게 하여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도 합니다.
인생을 원만히 살아가자면 외로움을나눌 벗이 필요합니다. 그 벗은 자신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 좋아하는 동물, 취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중 강아지는 살아있는 동안, 내 사랑 기꺼이 받아주고 자기 애정 흠뻑 주는,외로움을 나누기 좋은 벗인 것 같습니다. 돌보는 수고는 필연 따르지만요.
폭설과 한파, 강풍이 몰아칠 거라는 일기예보를 문자로 받고 눈 내리기 전, 어김없이강아지와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펄펄 내립니다. 삽시간에 사방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점퍼에 달린 모자를 강아지도 쓰고 자신도 쓴 채 눈 오는 풍경을 즐겼습니다. 산길 오르는 것은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대신 멀지 않은 인근 놀이터로 향합니다. 평상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곳이었으나 몰아치는 눈과 한파에 텅 비어 있습니다. 놀이기구가 자연 눈옷을 입습니다. 그네가 있는 아래로 내려가려고 나무 계단에 들어섰습니다.
그때 갑자기 강아지가 왈~왈 짖습니다. 옆의 풀숲을 보니 털이 얼룩덜룩한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크고 한 마리는 조금 작은데 어미와 아기인 것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합니다.어쨌든 둘의 모습을 보니 다정한 벗처럼 느껴집니다.
"야옹~"
다정히 불러봅니다. 달아나지 않고 가까이 멈춰 있습니다. 눈은 마냥 쏟아지는데 귀여운 고양이들 사냥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배가 고플 것 같아궁한 대로 산책용 가방을 열어 강아지가 남긴 사료를 주변에 놓아주었습니다.
''야옹~ 와서 먹어.''
편히 먹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그네 있는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뒤돌아 보니 눈 속에서 둘이 먹고 있습니다. 눈 오는 풍경과 사이좋은 두 마리의 고양이가 평화롭습니다. 외로운 길고양이 신세지만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 같아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