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그림

수원화성 성곽 데이트

by Eunmi Lee


남편 연차 날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에 갔고 둘이 수원 남수동에 갔다. 목요일 아침 어반스케치를 하는 모임에 참여하며 와본 남수동이 좋았다. 좋은 곳은 좋은 사람과 다시 가고 싶다. 여전히 좋은 나의 그 사람. 원피스를 차려입었는데, 남편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길래 옷을 갈아입었다. 드레스코드는 맞춰야지! 하면서. 가벼운 옷을 입고 둘이 행궁길 데이트를 나서니 너무 좋다. 둘이 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뭔가 새롭고 영해진 기분이 들었달까.


우리 두 사람, 오래 알았고, 오래 살아가며 그 사람의 편안한 마음, 따뜻한 손, 다정함에 항상 감사하고 배운다. 어떻게 무조건 좋기만 하겠어. 때로는 그런 점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고, 속 터질 때도 있다.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성급하고 조급하고 불안감을 가진 내게 잘 맞는 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필요한 미덕은 일단 기다리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달까.


둘이 이 골목 저 골목을 걸으며 어디서 커피를 마셔야 할까 생각했다. 남수동은 대부분 12시쯤 오픈을 하고, 월요일이라 많은 가게들이 휴무였다. 그래서 문을 연 곳으로 가자! 하고 가보니 거기가 카페 메이븐이었다. 원래는 메이븐에서 브런치를 하려고 했는데, 오는 길에 급 행선지를 바꿔서 유명한 해장국집을 갔다. 어디든 우리끼리 가기 힘든 곳이라 레스토랑 브런치든 해장국이든 다 좋다. 결국 다시 메이븐을 가게 됐다! 조용하고 앉기 편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주택가의 풍경을 담는다. 카페에 가면 그림 한 장을 그려야지 생각하고 온 것이고, 남편은 그런 내가 익숙하다. 그려라 마라 말하지 않는다. 인생의 반을 알아온 서로를 존중한다.

아이들 귀가시간에 맞춰 자리를 정리했다. 이번 데이트도 기분이 좋았다. 익숙한 것의 풍경이란 이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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