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후 외출

산을 오르다

by Eunmi Lee



어제 하루간의 확진자는 36만명이라고 한다. 오미크론 우세종이 된 이후, 이제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간. 그동안 방역수칙도 계속 바뀌어왔다. 독서, 그림, 글쓰기 등.. 집순이 최적화 취미 테크트리를 지녀서, 집에 정말 정말 잘 있지만 그래도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이 글은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하며, 글서랍에 저장해 두었던 글이다. 세상은 너무 빨라서, 그 몇 달 사이에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 시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11월 아이가 자가 격리자가 됐었다. 위드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스며들자 감염자 증가가 실감 나던 날들이었는데, 유치원 구성원 중 확진자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 알림을 받고 이틀간 아무 소식이 없었기에, 나는 아닌가 보다 했다. 업무가 밀려서인지 빠르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 중이니 원아들은 선제 검사를 받으라는 원의 알림이 있었다.

검사를 받고, 나오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딸아이 이름을 말한다. 오 마이 갓. 우리구나.​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에 일단 안심했다. 아이들이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 나는 아이의 공동 격리자로 지정이 되어 함께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밀접접촉자가 아닌, 큰 아이와 남편은 격리 대상자는 아니다. 다만, 다니는 기관이나 회사의 지침에 따르라고 했다.

아픈 이 가 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확산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 오직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을 참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당사자가 되어보니, 불합리한 것, 답답한 것이 많았다. 우선 연락이 늦다. 감염 사실에 대해 먼저 알았을 기관에서도 정보공개가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라 답답하다. 또한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름을 느꼈던 시간이다.​


감염의 위험과 자가격리라는 배를 함께 탔다는 것이 같은 반 엄마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하원 후 놀이터에서 함께 하는 분들이었다. 적당히. 각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분들. 배려는 일종의 선이기도 한데, 다른 말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던 지인이었던 우리 사이. 검사를 받고,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만나지 못한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모른다. 마음의 거리가 사라져 버린 시간이었다.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격려했다. 누구보다 미안해하고 있을 확진된 이를 걱정하고, 아꼈던 것 같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를 지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여야 함을 알기에 그랬다.

격리가 끝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등원을 했다.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갑자기 산이라니. 그렇지만 격리 해제 후 나들이로 산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가을이 끝나버린 산, 겨울이 멀리 보이는 산으로!!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장소, 그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다녀온 사진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아져서 그림을 남겼다. 못 온 친구는 내가 살짝 그려 넣어 주었지. 그래서 그림으로 완전체가 되었다.



산에서 각자의 모습을 만난다. 우리는 평소, 동네 옆 개울가도 같이 걷지 않던 사이. 그런데 갑자기 산이다. 난이도가 낮은 산이긴 하지만, 체력이 좋지 않다면 쉽지는 않다. 와~ 그런데 언니들도, 동생들도 다 너무 잘 간다. 하긴 애기들도 가는 산이다.


무봉산 정상 해발 360.2M. 뿌듯하구먼.

나도 체력이 늘었다.


다음에 또 갑시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다. 아마 다음 해가 되어야 올까말까겠지.


격리를 경험했지만, 우리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무척 외로울 수 있을 시간을 응원해준 것은 결국 사람이었고, 함께하며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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