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갈피책방에서

by Eunmi Lee


동네 북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렸다. 새로 생긴 카페를 겸한 독립서점이다.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 반갑다. 오고 싶은 기대가 컸는데, 결국 진짜 왔다. 서점에 와서, 가져온 책을 편하게 읽으면 된다고 쓰여있다. 그래도 서점 지기의 큐레이션을 보면 꼭 한두 권은 사고 싶다. 처음 보는 그림책이 보여서, 그 그림책을 샀다. 그림책은 늘 빠르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방의 코너 책장은 지기의 서재였다. 서가의 책을 훑어보며 사장님께서 철학을 공부하셨구나 생각이 들만큼 철학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책방에는 당연히 내가 읽은 책도 있고, 읽지 않은 책은 더 많다. 책방을 열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도하는 책방을 보면 즐거우면서도 그 고민이 느껴진다. 책방에서 단지 책과 커피만 파는 게 아니었다. 책과 관련된 모임을 구상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문화가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 혹은 사명감이나 즐거움을 느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동네 책방이 흩어지기 직전의 민들레 씨앗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이 모인 곳이 책방이 되고, 홀씨처럼 마음 하나하나가 온 마을에 번져나가는 상상을 한다.


들고 간 조금 남은 책을 읽었고, 그림도 그리며 충분히 마음을 비우고 채웠다. 그림을 그릴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공간이다. 요즘 다시 그림을 그려본다. 그림은 늘 좋아하는 것이지만, 취미와 아마추어로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든다. 이것으로 무엇이 되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나는 그림이 좋고, 그리는 것이 좋다. 내 그림이 좋다. ​브랜딩은 이런 게 아닌 것 같고, 스마트하게 이런 일련의 과정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보여주는 그 과정 모두. 혹은 이 그림 자체의 미숙함 같은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여기까지는 질문이고 답은 아직 모른다.


갈피를 잡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고, 계속 그린다. 이 책방의 이름이었다. 갈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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