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길을 잃었다
운전은 늘 무섭다. 또 길을 잘 못 들었다.
그런데 그날 운전을 못하는 게 아니라, 네비게이션을 심하게 못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분이면 갈길을 40분 걸리는 거. 이건 오히려 운전을 잘하는 거 아닌가? 운전은 잘하는데, 길을 잘 못 찾는 거 아닌지.. 하는 자기 위안.
물론 안다. 운전은 길도 잘 찾고, 운전실력까지 모두를 포함한 것이겠지? 옆에 탄 사람도 마음 편히 앉아 갈 수 있어야 안전한 것이겠지.
기계가 알려주는데도 다른 길로 들어가는 것. 들어가면 돌이키지 못하고, 그냥 또다시 알려주는 길 따라가는 것이 내 현실이다. 그래서 초행길에 음악같은걸 들으면서는 운전을 못한다. 전방 몇백 미터 좌회전, 우회전, 빨간색을 따라가세요. 초록색을 따라가세요.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야 한다.
지도 보고 어딜 찾는 게 참 어렵다. 방향치라고 늘 느낀다. 지도 보고 찾을 때는 앞에 있는 어떤 표식이나 건물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래도 자주 엉뚱한 길로 간다. 도형이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아이의 수학 문제를 풀면서 전개도를 뱅뱅 돌리고, 회전시키니까 정말 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여행을 갈 때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길을 잘 찾는다. 하지만 그는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가고 싶은 곳을 내가 추려두면 찾아다니는 건 그의 몫이다. 분업이 확실하다.
어제 또 길을 잃었다. 그러다 만난 풍경.
봄의 버드나무는 이런 것이다. 너무 예뻤다.
덕분에 드라이브 잘했다. 조금 돌아갔지만, 그래서 만난 풍경이다.
그럼 운전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그렇다. 왠만해선 운전대를 잡지 않으려고 한다.
운전을 못해도, 운전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못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려도 가야 할 곳에는 정신을 집중하고 운전해서 도착한다. 때로는 빙빙 돌더라도 집으로 돌아온다.
사는 것도 자주 이상한 길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가고 있다.
어딘가에 정주하지 못한 마음.
제대로 딱딱 찾아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렇게 우연히 만난 풍경과 지금 내 앞의 것들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