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립시다.
쓰고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은근슬쩍 아닌척 하면서 살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말해본다. 나는 오래도록 아닌척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치열하지 않은 척, 고민하지 않는 척, 어쩌다 보니 그렇게 자라, 그런 아무렇지 않은 어른이 됐다. 나이가 더 들어서야 쿨한척과 안쿨한면이 뒤섞인 내 자신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과 자기 표현은 어렵고 힘겹다. 아무렇지 않은 마음은 속에서부터 곪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헤매는 자가 되었다. 하고싶은거 하면서 사는게 행복하지 않냐는데, 머리로는 그리 생각해보지만, 마음은 아니다. 여기서 더 나간 무엇인가를 꿈꾸기에 고민도 된다. 치열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냐고 말에 내 대답은 아닌것 같다이다. 왜 이렇게 다들 달려가며 사는건지. 앨리스와 붉은여왕의 대화가 떠오른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 결국 내 위치의 기준을 나로 잡는것 말고는 이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유일무이한 나.
독서모임 친구들과 그림을 그린 날이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너의 이야기는 공대출신 엄마의 그림 분투기 아니냐고. 무엇인지 모를 이 과정을, 니가 겪는 과정들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무엇인가 배운적도, 성과의 지표도 없는 내가 어떤 글을 써야할까. 그냥 오리무중의 글이라도 써야지. 적어도 쓰는 동안 나는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말이다. 내가 그리는 그림을 보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감사하다. 혼자 그리는 그림이었다. 그러다 내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SNS를 시작했다.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의 온라인 전시장이다. SNS를 통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이 또한 내 그림이 자라는 과정이 아닐까. 느림보 걸음걸이로 조금씩 기어가는 중이다. 기어가다보니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날아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런다.
때로는 바닥으로 내려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무엇을 한다. 그럴 때 이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도 든다. 그 침체된 마음에서 올라올 수 있으니까. 내가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글과 그림도 보여줬다. 이런 모든것이 내게는 용기인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나 말고, 사실은 아무런 내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