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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라이터 Dec 11. 2024

회사원에서 프리랜서로, 다시 회사원으로

일기 쓰는 필라테스 강사


프리랜서로 성공하겠다 다짐 후 호기롭게 퇴사를 한 지 2년이 지났다.


필라테스 강사로 살아온 지도 일 년이 더 훌쩍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곧 회사로 돌아간다. 다시 회사원의 삶으로.




그토록 안 돌아가겠다 마음을 먹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 삶이 좋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에서 나는 다시 안정을 택했다.


이 일은,


내가 잘하기만 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필라테스 업계 사정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 필라테스 붐으로 센터와 강사는 늘어났지만 회원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폐업과 먹튀는 흔한 일이 되었다. 나는 그 사정을 알면서도 도전하면서 '나만 잘하면 되겠지' 했다.


실제로 일은 잘 해냈다.


내 수업 아니면 안 듣겠다는 회원님들도 생겨났고,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대에도 내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회원님도 계셨다. 체험레슨도 곧잘 등록시켰고 재등록율도 좋은 편이었다.


나는 프리랜서였기에 한 센터에서만 근무하면 돈이 되질 않아 여러 센터에서 근무를 해야만 했다.


하루에 두 번씩 출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일하다 보니 내가 일하던 센터가 폐업이 되어 하루아침에 다시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어찌어찌 일자리를 구해도 수업이 없었다.


처음에는 회원수가 많았던 센터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이 노쇼•폐강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이 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몸이 안 좋아졌다.


수업수=페이였기에, 유효 회원 수가 적은 센터는 들어간다 해도 월급을 올려가기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월급이 밀려 제때 못 받는다는 선생님들이 생겨났고 내 월급도 점점 줄어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회사원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삶으로.



"엄마 나 실패한 것 같아"


나는 엄마에게 전화통화에서 울먹였다. 프리랜서로 일하기가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고, 쭉 강사 일을 하다가 센터를 차리거나 커리어 확장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세운 목표에서는 실패한 셈이다.


엄마는 나를 위로했다. “또 하면 돼. 지금의 상황에서도 다른 기회들이 생겨나.”








회사는 한 군데에서만 적응을 잘하면 되지만, 필라테스 강사는 여러 센터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센터마다 분위기, 회원의 운동 능력, 원하는 운동 스타일이 다 다르다.


내가 어디서는 인기강사여도,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의 수업 스타일이 있어도 그 센터에서 원하지 않으면 내가 가르치던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온전히 내가 사랑하는 이 필라테스를 필라테스처럼 가르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회원님들은 필라테스에서 헬스 느낌을 원하기도 한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필라테스의 움직임과 회원이 원하는 운동 사이에서, 옳은 것에 대한 의구심과 빠르게 짙어지는 고민은 오롯이 강사의 몫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나는 이 일이 참 좋았다.

이 일이 불안정해도, 서있느라 온통 발바닥이 쑤셔대도, 반복되는 수업에 목이 아파도, 회원님들이 조금씩 몸이 편해지고 동작이 잘 나오고 내 수업을 좋아해 주실 때 그 뿌듯함과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짜릿했다.


그래서 회사를 다녀도 주말 수업은 이어가려고 한다. 이 일을 아직 사랑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생각보다 많은 공부 양.


회사를 다니며 원하는 직업으로 투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면 회사를 다시 다닌다는 것이 엄마 말처럼 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면 워크샵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고, 수업 수에 얽매이기보다 한 수업 수업을 더 세심하게 케어할 수 있을 거다.


원하는 길에서 잠시 벗어났다 해도 커리어에는 다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이 아니라, 우회하거나 잠깐 쉬었다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어딘가에 다다르면 내가 걸어온 길들이 선명하게 이어져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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