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의 이별

Written by. IN-AE

by 인내 INAE

결국의 연인은 열흘 전 잠수를 탔다. 딱히 그럴싸하게 싸우지도, 일방적으로 잘못을 해서 혼이 나지도, 반대로 혼을 내지도 않았다. 열흘 전의 만남은 평범했다. 느즈막이 만나 시간을 떼웠다. 굳이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들어간 카페에선 굳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어서 간간히 농담을 주고 받으며 커피를 마셨다. 늘상 그래왔던 데이트였기에 이상하지도 않았다. 훨씬 길어진 침묵은 숨이 막히게 무겁지도 않았다. 두 사람에겐 그 침묵이 익숙했다.


그러나 결국은 데이트를 끝마치고 헤어지는 횡단보도 위에서 직감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날 의례적으로 보낸 '잘 잤어?'라는 메시지에 건조하게나마 '응'이라고도 돌아오지 않는 연인의 부재 상태를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은 이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연인이 언젠가는 연락을 해오겠지- 마냥 시간을 떼우며 기다렸다. 시간을 떼우는 것이야말로 곧 두 사람의 일상적인 데이트였다.


결국의 연인은 잠수를 탔고, 잠수를 탄 연인을 결국은 방치했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그들의 관계가 결국은 전혀 가슴 아프지 않았다. 그렇기에 열흘만에 온 연락에 화가 나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일 뭐해?'라며 온 메시지에 '별 일 없어'라 보내고, '그럼 만날래?'라며 이어 온 메시지에도 '그래'라고 툭 던졌다. 결국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열흘만에 만나는 연인이 기다리고 있을 카페에 다다랐다. 이제 커다란 사거리의 횡단보도만 지나면 됐다. 정면에 보이는 1층 카페 창가에 어렴풋이 그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컵을 쥐고 커피를 홀짝 마신다. 그의 앞엔 미리 시켜놓은 자신의 몫에 커피가 놓여있다. 분명 그가 늘 마시는 카페라떼를 시켰을 것이다.


결국은 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좋아했다. 그러나 미리 시켜놓은 라떼는 싫어했다. 따뜻한 라떼라면 식어서 거품이 가라앉아 맛이 없었고, 아이스 라떼라면 얼음이 녹아 물이 섞여 밍숭맹숭해졌다. 결국은 그래서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도착한 뒤에 라떼를 주문해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마셨다. 오래된 연인이 그런 그의 입맛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연인의 앞에 미리 시켜놓은 자신 몫의 라떼 한 잔이 있다.


결국은 결국 오늘 차일 것이다.


횡단보도 신호가 파랗게 바뀌었다. 하지만 결국은 건너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미 카페 문을 열고 있지만 신호가 다시 빨갛게 바뀔 때까지 그는 돌처럼 굳은 발을 덜덜 떨고만 있었다. 이 떨림은 정확히 지금 카페 안에서 다리를 떨며 초조하게 앉아있는 그의 행동을 따라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초조하지 않았다.


쌩쌩 제 앞을 지나치며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마치 칼로 베인 것처럼 입술이 아려왔다. 결국은 두 입술을 입 안으로 오므리곤 위아랫니로 입술을 물었다.


세게. 이미 다 마신 커피잔에 그나마 담긴 공기라도 마시려는 듯 입술을 대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세게.

문득.


혀끝에 맺힌 신맛, 목구멍에 맺힌 끈적함.

입천장에 가득찬 쇠비린내가 마치 그 찰나에 쇠몽둥이를 혀끝으로 핥았는지 순식간에 얼굴 전체로 퍼졌다.

맥 없이 터진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침이 섞여 색깔이 묽은 피가 검지손가락에 묻었다. 헉-


결국 그는 솟구친 숨이 고작 하품인 줄로만 알아 뒤따른 눈물을 당연히 여겼다.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렀다. 하품에 따른 눈물치고는 너무 굵고 아픈 눈물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눈물이 흐르고 나서야 고개를 숙여 떨어지는 눈물들을 주웠다. 차마 줍지 못한 눈물들은 하염없이 떨어져 도로 위로 떨어졌다.


도무지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입술을 무는 턱에 온 힘을 집중했다.


점점 세게. 점점 잘근잘근.

사람의 몸은 통증을 하나밖에 느끼지 못하니까 언젠가는 눈물이 그치기를 바라며 더 세게.


결국은 실토했다. 아직은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눈물은 말했다. 이 눈물은 너와 나라고.


같은 마음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다가 서로 다른 시간 동안 끝내 서로의 언어를 잃어버린 너와 나라고.

그러니 더는 주울 수 없는 눈물을 잃어가며 더 아파하지 말라고.


결국은 고개를 들었다. 카페 안의 그는 언제부턴지 모를 오랜 시간 동안 창문 너머로 결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과 그는 그렇게 눈을 마주쳤다.


돌고 돌다 다시 횡단보도의 신호가 파랗게 바뀌었다. 결국은 드디어 발자국을 떼어 앞으로 걸어갔다. 결국이 움직이자 그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 그 순간부터 결국은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그렇게 이별이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