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에 끼워진 오래된 메모

eunparang

by 은파랑




책갈피 속에 끼워진 오래된 메모


책을 펼치는 순간, 무언가 낯선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책갈피 속에 끼워진 오래된 메모. 노란빛이 감도는 종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바스락 거림, 희미해진 글씨의 흔적. 그것은 과거로 데려가는 작은 타임머신이었다.


"항상 웃으며 살아가자."


그때의 나와 누군가가 주고받았을 약속, 혹은 다짐이 담긴 문장이었다. 언제,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적었던 것일까. 메모 속의 글씨는 서툴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진심이 묻어났다. 문득 그 순간, 내게 책을 건네며 이 메모를 남겼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도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따뜻하다.


책갈피 속 메모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다짐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

혹은,

"그때의 마음은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

지나간 시간 속에 방치해 둔 자신과 조우하는 순간이다.


메모를 손에 쥐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책갈피에 끼워 넣었다. 그것은 잊힌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함께 숨 쉬는 시간의 조각이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책 속에서 발견된 작은 종이는, 바쁘게 흘러가는 나날 속에서도 한때 품었던 마음의 온도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책을 덮으며 다짐한다. 메모를 품었던 책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기억의 책갈피가 되어줄 수 있기를. 오래된 메모가 전하는 속삭임처럼, 삶의 흔적도 누군가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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