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73
내가 있는 이곳,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요히 흘러간다. 방 안에 가득한 공기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를 어루만지고 창문 틈으로 스며든 햇살은 피부 위에 부드럽게 녹아든다.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나는 그 안에서 머물며 숨을 쉰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 매일 내 손길을 기다리는 오래된 펜,
한 번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 한 권, 그 사이에 얹힌 작은 먼지들마저 나의 시간을 증언한다. 그것들은 나를 지켜보며 내가 머물렀던 자리를 기억하는 침묵의 동반자들이다.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또 다른 것들이 나를 감싼다.
나무와 바람, 하늘과 구름,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의 숨결까지. 그들은 나를 스쳐가면서도 내가 그들의 세계 한가운데 있는 듯 나를 포함시킨다. 바람은 나를 감싸며 귓가에 속삭이고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며 마음의 무게를 덜어준다.
사람들도 나를 둘러싸고 있다. 가족의 따뜻한 손길, 친구의 다정한 미소, 잠시 스쳤던 인연들까지.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채워가며 내 안에 조용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안에 새겨져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조각들로 남는다.
나를 둘러싼 것은 공간이나 사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쌓인 기억이고 얘기이며 따스한 온기다. 내가 그 안에서 살아갈 때 그들은 나의 일부가 되고 나는 그들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나는 살아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함께 내가 그들 속에 머물고 그들이 내 안에 머무는 시간 속에서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