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화해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58

by 은파랑




나와의 화해


시간은 묵묵히 흐른다. 한 번도 멈춘 적 없고, 뒤를 돌아보는 법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 흐름 속에서도 끝없이 과거를 되돌아보며 살아간다. 어떤 기억은 바람처럼 스쳐 가지만, 어떤 기억은 우리의 가슴 한편에 무겁게 내려앉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지나간 날들의 실수와 후회, 상처받은 자아와의 충돌. 모든 것이 우리 안에 흔적으로 남아 삶의 걸음을 주저하게 한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란 무엇일까. 그것은 용서가 아니다. 오래된 책장을 펼쳐 한 장씩 천천히 읽어 내려가듯,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마주하는 일이다. 어쩌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이 그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깊이 눌러 담았던 슬픔, 외면하고 싶었던 후회, 어리석음으로 인한 고통. 그것들은 때론 밤의 어둠 속에서, 혹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불현듯 떠올라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상처들은 곧 우리가 살아온 길의 흔적이다. 플라톤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자신을 몰아붙였는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흠 없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 하지만 인생이란 완벽한 곡선이 아니라 굴곡진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여행이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는, 그 길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기보다, 이미 걸어온 길 위에서 작은 꽃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후회의 감정조차도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임을 깨닫는 것.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세네카가 말했듯, "우리는 오직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자신을 용서할 때, 비로소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밤, 조용한 방 안에서 과거의 나를 불러내어 본다. 실수를 반복했던 나, 상처를 주었던 나, 불완전했던 나. 그 모든 나를 바라보며, 말없이 손을 내민다. 이젠 미워하지 않겠다고. 나를 품어주겠다고.


그렇게 우리는, 마침내 자기 자신과 화해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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