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연못에 비친 달빛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74

by 은파랑




고요한 연못에 비친 달빛


깊은 산속, 바람이 스치는 연못이 있었다.

그곳은 언제나 조용했고,

바람이 멈추면 물결 하나 없이

하늘을 그대로 비췄다.


어느 날, 수행자가 연못 앞에 앉아 물었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스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연못을 가리켰다.

제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밤이 되자, 그는 보았다.


구름이 걷히고, 달이 떠오르자

연못은 빛을 온전히 품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달은 조각나고 흔들렸다.


순간, 깨달았다.

"아, 본래 달은 변하지 않았구나.

흔들린 것은 연못일 뿐이었네."


불교에서 깨달음은 보리(菩提)라 불린다.

그것은 순간적 통찰이자,

수없이 쌓아온 수행의 꽃이다.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에서 마침내 눈을 떴을 때,

삶과 죽음의 윤회를 보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았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흘러가고,

집착은 고통을 낳으며,

마음이 맑아지면 진실이 보인다.”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고,

다만 흐려진 연못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오늘날, 깨달음은

성인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짧은 순간이라도 그것을 경험한다.


어느 날, 고된 하루를 마치고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볼 때.

지하철 속에서, 낯선 이의 미소에

문득 마음이 따뜻해질 때.

우리가 바쁘게 쫓던 것들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그것이 현대의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보리수 아래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도심의 불빛 속에서도,

고요한 음악 속에서도,

우리가 멈춰 서는 순간 찾아오는 것.


달은 어디에나 있다


그날 밤, 연못은 다시 잔잔해졌다.

달빛은 흔들림 없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스승이 말했다.

"달을 찾으려 애쓰지 말라.

달은 언제나 하늘에 있고,

다만 너의 마음이 출렁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깨달음 속에 있다.

다만, 빛을 온전히 보기 위해

마음을 잔잔히 가라앉힐 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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