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01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평소와 같은 거리, 같은 길, 같은 하늘인데도, 마음속에 웅크린 무언가가 말을 걸어왔다.
"너는 괜찮니?"
슬픔은 그렇게 찾아온다.
소리 없이, 때론 너무 조용하게.
한 번 자리 잡으면 무게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는 말했다.
"슬픔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다섯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한다. 그리고 억울하다. 때론 현실과 타협하려 하고, 깊은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 마침내, 받아들인다.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책 『상실 수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슬픔은 우리가 사랑했던 만큼의 크기로 다가온다."
우리는 사랑했기 때문에, 애썼기 때문에, 그리고 소중했기 때문에 슬퍼한다.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없기에, 슬픔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아 흐른다.
어린 시절, 어항 속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죽었다.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물속을 바라보았다.
작은 생명이 떠난 자리, 조그만 물결이 남아있었다.
그때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슬픔은 흘려보내는 것이란다. 강물처럼."
오래된 노인이 말했다.
"젊었을 땐 슬픔을 숨기려 했지. 하지만 이젠 슬픔도 삶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됐어."
그는 말없이 차 한 잔을 따랐다.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바라보며, 한숨 대신 미소를 지었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다.
슬픔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까.
마음속 깊은 강처럼, 흐르게 두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 물살이 부드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바라본다.
내 안의 슬픔이 흐르는 강을.
강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바다로 흘러갈 것을 믿으며.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