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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은 말없이 흐른다

마이스타 365 #23

by 은파랑




“깊은 슬픔은 말없이 흐른다.”

- 셰익스피어


론 가장 깊은 슬픔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것은 울부짖지도 설명하지도 않고

고요한 강물처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흐른다.

셰익스피어의 이 말은 슬픔의 본질을 꿰뚫는다.

진짜 아픔은 떠들지 않는다.

마음의 깊은 바닥에서 묵묵히 흔들릴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든 시인이자 극작가였다.

그의 작품에는 죽음, 배신, 이별, 광기, 사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층위가 녹아 있다.

그는 비극의 정수를 이해한 자였다.


[오셀로], [햄릿], [리어 왕] 속 인물들이 느끼는 슬픔은

크게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부서지고 말 없는 눈빛 속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렇기에 그는 말할 수 있었다.

“깊은 슬픔은 말없이 흐른다.”


셰익스피어의 삶 또한 온전한 평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아들을 어린 나이에 잃었고

예술가로서의 삶 역시 오해와 투쟁, 빈곤과 외로움 속에 자리했다.


그는 세상의 중심에서 박수받기보다

인간 내면의 그림자 속에서 작품을 쌓아 올렸다.


그가 무대 위에 그려낸 수많은 인물들은

울음을 참는 이들, 말 대신 침묵을 택한 이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었다.


그는 슬픔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 조용히 살아내는 법을 보여주었다.


오늘, 당신이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있다면

입술이 굳어버릴 만큼의 상실을 겪었다면

침묵은 약함이 아니라 깊이다.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눈을 감는 순간에도

슬픔은 조용히 흘러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세상은 때론 말 많은 감정만을 인정하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속삭인다.

“아무 말 없이 흐르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슬픔이다.”


눈물이 없어 보인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말이 없다고 마음이 고요한 것도 아니다.


당신 안의 슬픔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세상의 모든 말들 너머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침묵으로 당신을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침묵은

누군가를 위로할 가장 따뜻한 언어가 될 것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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