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태풍이 지나간 아오모리의 들녘엔, 떨어진 사과가 가득했다.
바람은 잔인했고 나무에서 삶을 키워가던 사과들 대부분을 앗아갔다. 수확을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모두가 떨어졌다는 그 밭 한가운데
끝내 가지를 붙잡고 있던 단단한 사과 몇 알.
흔들리고 비에 젖고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떨어지지 않은 고집스러운 생명들
바로 그 사과들이 열 배의 값으로 팔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니, 대단하네."
"역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과니까 더욱 값지지."
그렇게 낙과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피어났다.
삶도 그렇다.
예상치 못한 태풍이 우리의 모든 걸 앗아갈 때가 있다.
계획도 노력도 쌓아온 시간도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사라져 버릴 때,
우리는 어쩌면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남은 단 하나의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바라볼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은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으며
또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낸 나’라는 존재 자체일 수도 있다.
현실은 때로 너무 거칠고 냉혹하다.
하지만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비로소 떨어지지 않은 사과처럼 빛난다.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며
그러면서도 꿋꿋이 존재하는 것
떨어지지 않은 사과는
고통 속에서 피어난 믿음이자
시련 속에서도 지켜낸 가능성이다.
오늘, 내 안의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바라본다.
그 하나가 나를 다시 걷게 하고
다시 웃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과처럼
세상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