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한 용서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33

by 은파랑




자신을 위한 용서


용서란

한 줄기 바람처럼 가볍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가슴 깊숙한 곳

가장 어두운 방 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며

오랫동안 잠겨 있던 문을

다시 열어젖히는 고요한 반란이다.


루이스 스메데스는 말했다.

"진정으로 용서하면 우리는 포로에게 자유를 주게 된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풀어준 포로가 우리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조용히 간직한 채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말하지만

그날의 말, 그날의 시선, 그날의 침묵은

여전히 심장 한쪽을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미움이 결국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니 용서하자.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죄를 덮어주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마음이 숨 쉴 수 있도록

오래도록 굳어 있던 내 영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용서란

분노의 칼날을 내리는 일이다.

피 흘린 기억을 덮는 것이 아니라

피 위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존재하게 두고

그 위에 조용히 사랑을 심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받아들이지 못한 채 용서해도 괜찮다.

더 이상 어두운 감정에

내 삶의 방향키를 쥐어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다짐이면 충분하다.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날 우리가 놓아준 그 포로는

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

당신의 마음에 속삭여 보라.


“이제 너를 자유롭게 하련다.

아팠지, 미워했지, 힘들었지.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지나

자신을 사랑하련다.”


용서란 잊는 일이 아니라

끝끝내 사랑하려는

깊은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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