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이름의 별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31

by 은파랑




하루라는 이름의 별


어제

숨을 거둔 이들이 마지막으로 부르짖었던 소망


단 하루만 더

한 줌의 빛이라도 더 누리고 싶었던 그들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하루를

오늘, 무심히 받아 안고 있다.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며

텅 빈 시간 위에 하염없이 발자국을 찍는다.

허공에 흩어지는 숨결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러나

소포클레스는 속삭인다.

"단 하루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다시 세울 수도 있다."


하루는 작지만

하루는 거대하다.

하루는 검은 씨앗이다.


그 안에는 슬픔도, 기쁨도, 후회도, 희망도

아직 이름조차 갖지 못한 수천 갈래의 가능성이

고요히 숨 쉬고 있다.


한줄기 눈물이 어떤 이의 삶을 구원할 수 있고, 한 번의 분노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하루는 절벽 끝에 선 새벽이다.

한 발자국 나아가면 추락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


하루는 잠든 운명이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선택들이 내 손끝에서 미약하게 꿈틀거린다.

나는 거대한 가능성의 바다 앞에서 어떻게 숨을 쉴 것인가.


무심히 시간을 탕진하는 방랑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시간에 작은 씨앗을 심는 조용한 정원사가 될 것인가.


바람이 지나간다.

어디선가 종소리처럼 들려온다.


"모든 가능성이 잠들어 있는 하루"

"너는 무엇을 깨어나게 할 것인가."


나는 조심스레 마음을 다잡는다.

구겨진 의지를 펴고

작은 소망을 쥐고

오늘이라는 별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 하루.

잊히지 않는 숨결이 되기를

어제 죽어간 이들의 소망 위에

나의 작은 빛이 닿기를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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