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60
길은 언제나 침묵으로 시작된다.
이정표 하나 없는 들판, 바람만 스쳐가는 초입에서
우리는 ‘갈 수 있을까’보다 ‘가도 되는 걸까’를 먼저 묻는다.
불안은 속삭이고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지그 지글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볼 수 있는 지점까지 최선을 다해 나아가라.
그곳에 도착하면 당신은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그 말은 어둠 속에서 빛을 품는 별과도 같다.
처음엔 희미하게 그러나 점차 분명하게
걸음을 옮길수록 세상은 자신을 드러낸다.
이것이 행로 효과다.
정지해 있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계가
움직이는 자에게만 조심스레 문을 열어준다.
출발점에서는 상상조차 못 했던 길들이
어느새 발아래 펼쳐지고 길 위에 나비가 앉고 바람이 흐른다.
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기슭에선 정상은커녕 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숨을 몰아쉬며 몇 걸음 오르면
그제야 또 다른 길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먼 곳은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고
믿음은 하나의 길이 되어 인도한다.
길이란 본래 정해진 것이 아니다.
걷는 자의 마음에 따라 생겨나는 것
그러니 묻지 말자, 끝까지 보이냐고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금 보이는 만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세상 모든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먼저 걷는 자, 걸음 하나가 세상을 밝힌다.
어쩌면 오늘 내딛는 첫걸음이
내일의 누군가에게 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라.
보이지 않더라도
어둠조차도 당신을 위한 풍경일 수 있으니
길은 언제나 걷는 자를 위해 피어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