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돌 앞에서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57

by 은파랑




움직이지 않는 돌 앞에서


어떤 돌은 아득히 무겁다.

손을 얹으면 차가운 절망이 전해지고

온 힘을 다해 밀어도

돌은 꿈쩍조차 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무게가

돌 하나에 실려 있는 듯하다.


우리는 그런 순간을 살아간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 된다"라고

메아리치는 허무를 견디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 채

서성일뿐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조용히 속삭인다.


"움직이지 않는 돌을 억지로 옮기려 하지 말라.

대신 주변의 작은 돌부터 움직여라."


가장 무거운 돌을

처음부터 들어 올리려는 것은

별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다.

별은 잡을 수 없지만

별빛 아래 작은 풀 한 포기를 심을 수는 있다.


삶의 무게도 그러하다.

거대한 벽을 부수려는 망치질 대신

오늘의 작은 한 걸음

오늘의 작은 결심

오늘의 작은 손짓 하나가

오래 묻혀 있던 세상을 흔든다.


작은 돌을 하나 옮긴다.

그리고 또 하나

처음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주변은 조금씩 비워지고

흙먼지가 일어나고

공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바람은 미세한 흔들림에서 태어나고

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실개천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가장 연약한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절망하지 마라.

움직이지 않는 돌 앞에 선 당신이여

거대한 것을 꺾으려 애쓰기보다

지금 손이 닿는 가장 작은 것을 움켜쥐어라.


그것이 풀 한 포기일지라도

먼지 쌓인 조약돌 하나일지라도


작은 시작은

거대한 운명의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울리는 첫 번째 노래다.


그리고 언젠가

누구도 움직일 수 없다고 믿었던 돌조차

당신이 쌓아 올린 작은 변화 앞에

조용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모든 위대한 변화는

가장 미미한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서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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