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59

by 은파랑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단단하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도 아니다.

반대일지도 모른다.

무너질 듯 몇 번이고 주저앉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무너지지 않음 이란 말의 깊이를 알게 된다.


레질리언스(resilience) 개념을 연구한 에미 워너(Emmy Werner)는 가혹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도 놀랍게도 건강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밀은 타고난 강인함이 아니라

작은 지지망, 즉 단 한 명의 따뜻한 어른, 한 줄의 시

혹은 밤하늘의 별빛 같은 것들에 있었다.


그러니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

완전무결한 내면이 아니라

부서진 마음을 꿰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다.


‘무너지지 않음’이란 어쩌면

상처를 그대로 품고도 살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말했듯

사랑이란 "그저 존재하게 두는 것"이라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지금의 불완전함과 아픔을 존재하게 두는 용기다.


우리 모두는 내면에 작은 유리병을 하나씩 품고 있다.

그 안에는 눈물, 분노, 외로움, 상처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병이 흔들릴 때면

‘아, 이제 끝인가’ 하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병이 깨지는 순간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파편을 손으로 하나하나 주워 담고

틈으로 들어온 바람을 감싸 안으며

조용히 다음 날의 창을 여는 사람이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삶은 우리에게 의미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질문을 던질 때

물음에 자신의 방식으로 답하려는 자세다.

비틀거릴지언정 아무것도 의미 없다고 외치지 않겠다는 작은 다짐이다.


론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 앞에서 강해 보이려는 의지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약한 자신 앞에서

“괜찮아, 너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말을 조용히 건네는 일이다.


지붕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처럼

바람에 휘청이면서도 끝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발톱이 날카로워서가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도

한 발씩 내딛는 용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흐느끼는 밤을 견디며

어떤 사람은 묵묵히 걸어가는 낮을 통과 하며

자기만의 무너지지 않음을 만들어간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단단한 벽이 아니라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의 뿌리 같은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깊고 오래도록 뻗어 있는 뿌리가

결국 봄을 기다리게 한다.


그러니

오늘도 애써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이미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사랑을, 의미를, 자신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가장 조용하고 찬란한 방식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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