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보내는 신호들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56

by 은파랑




마음이 보내는 신호들

― 놓쳐서는 안 될 내면의 목소리들


어느 날 문득,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른 적이 있는가?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고 익숙하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마음이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쉽게 알아챈다. 열이 오르면 감기일 거라 생각하고 속이 쓰리면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마음은 다르다. 신호는 더 은밀하고, 더 조용하며

때로는 침묵의 언어로 다가온다.


마음은 말을 잃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영혼의 울림’을 말했고

동양의 유학자 정약용은 인간의 본성을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 불렀다.


이처럼 마음은 본래부터 우리 안에 있었고

지성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가장 원초적인 신호 체계였다.


마음은 언제나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그 소리를 차단한 채 성과와 효율, 타인의 시선에만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점점 자기 내면과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이데거는 "현대인은 '잊힌 존재'를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존재란 ‘자기 자신’이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듣는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다시 기억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사건에 대한 해석’으로 본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생긴다.


예를 들어, 친구의 무뚝뚝한 말투를

"나를 싫어하나 봐"라고 해석하면 섭섭함이 생기고

"요즘 그도 힘들겠구나"라고 해석하면 연민이 생긴다.


이처럼 감정은 생각의 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감정을 ‘느낌’으로만 여기고

신호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지 않는다.


불안은 때로 변화의 필요성을

우울은 깊은 휴식의 부름을

분노는 경계를 세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음은 적이 아니다.

신호는 우리를 지키기 위한 경고음일 뿐이다.


현대 신경과학은 마음의 신호를 보다 정교하게 설명한다.

감정은 뇌의 특정 회로에서 생성되며 이는 곧장 신체 반응으로 이어진다.


편도체(Amygdala): 공포, 불안 같은 위기 반응을 감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감정의 조절과 판단

도파민 회로(Dopaminergic System): 동기부여, 보상 체계


마음이 불안할 때 손에 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는

기분 때문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자율신경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레스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몸의 면역력을 낮추고, 뇌의 회로를 위축시킨다.

장기화되면 기억력 저하, 수면장애, 면역계 이상 등으로 이어진다.


즉,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경고는 몸의 병으로 전이된다.


의학적으로 우울, 불안, 공황, 외상 후 스트레스는

모두 진단 가능한 정신 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여전히 마음의 병을

‘의지 부족’이나 ‘성격 문제’로 치부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미루거나 회피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21세기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심각성은 고혈압이나 당뇨 못지않다고 경고한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 신체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도 치료받을 수 있고 회복될 수 있다.

첫걸음은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다.


놓쳐서는 안 될 마음의 신호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아무 일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다

좋아하던 일에서 흥미가 사라졌다

이유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사람을 피하고 싶어진다

쉽게 짜증이 나고 자주 후회한다

몸은 멀쩡한데 자주 아프다


이런 신호들이 지속된다면

그건 기분이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구조요청일지 모른다.


마음은 늘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말한다.

눈빛으로, 어깨의 무게로, 늦은 밤의 숨소리로

속삭임을 무시하면 마음은 점점 더 크게 외친다.

그리고 어느 날, 완전히 무너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마음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자.

신호는 당신을 약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지키려는 본능적 외침이다.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요즘 내 마음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듣고 있는가?”


진짜 회복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음은

한 번이라도 들어준 사람에게는 늘 답해주는 존재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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