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의 정서적 지원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27

by 은파랑




부모로서의 정서적 지원

— 마음의 둥지를 짓는 일


아이의 마음은 봄날의 연못 같다.

바람이 불면 일렁이고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물결은 반응한다. 잔잔한 연못 위에 부모라는 이름의 햇살이 머무를 때 아이는 세상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는다.


심리학자 존 볼비는 말한다.

“애착은 생존의 본능이며 아이는 감정적 안전기지를 필요로 한다.”


‘기지’는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손보다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눈빛,

“괜찮아, 네 마음 알아”라고 말하는 따뜻한 숨결에 더 가깝다.


이것을 정서적 조율(emotion coaching)이라 부른다.

아이가 슬픔을 느낄 때 부모가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같이 슬퍼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

단순해 보이는 공감의 반복이

아이의 뇌 안에 정서 회로를 튼튼히 만든다.


과학은 이를 뇌 영상으로 증명해 낸다.

정서적으로 지지받은 아이는 편도체의 반응성이 줄어들고

전전두엽의 자율조절 기능이 향상된다.

이것은 자신을 다독이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며 어른이 되었을 때 혼자서도 울 수 있고 다시 웃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정서 자본(emotional capital)’이라 부른다.

돈보다 지식보다 먼저 쌓아야 할 가장 깊은 기반

사람 사이의 신뢰와 회복탄력성은

모두 정서 자본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세상은 부모의 감정 조각들로 엮어져 있고

조각이 단단할수록 아이는 사회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 또한 한 사람의 아이였다.

불완전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때로는

내 아이에게 온전한 정서를 주는 걸 가로막는다.

그래서 부모의 정서적 지원이란

자기 내면의 고요한 방을 하나씩 닦아 나가는 일,

과거의 상처를 조심스레 쓰다듬는 자기 돌봄의 여정이기도 하다.


달빛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어둠을 밝혀준다.

정서적 지지는 그런 것이다.

조용한 신호, 작은 언어, 천천히 반응하는 마음

부모가 아이의 곁에 그렇게 고요한 등불로 남을 때

아이는 자신도 누군가의 빛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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