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by 은파랑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정일근의 말이다.


사랑은 어느 날, 우연히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내 안에 천천히, 조용히 새겨지는 결이다. 피부보다 깊은 곳에 닿아 운명처럼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당신이 처음 내 손을 잡았을 때 오래전부터 내 손바닥 어딘가에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었던 것처럼 온기가 낯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감촉은 사라지지 않는다. 몇 번의 계절을 지나고 수많은 인파를 헤매다 돌아와도 내 손바닥은 여전히 당신의 손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손 안에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지문처럼, 손금처럼 지워지지 않는 무늬가 되어간다.


사랑은 어떤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천천히, 매일같이 스며드는 것. 수십 번 스치고

수백 번 잡고 놓았다가 다시 붙잡는 가운데

손안에 작은 길이 생기고 길 끝에, 당신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손을 가만히 펴보았을 때 말없이 당신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이 내 손금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그대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계속 이 손을 당신에게 내밀고 있을 것이다.


손금은 바뀌지 않는 운명의 지도 그리고 누군가가 내 손금이 되었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삶에 새겨졌다는 가장 조용한 증거다.


은파랑







이전 12화#12. 사랑은 멜로디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