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정일근의 말이다.
사랑은 어느 날, 우연히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내 안에 천천히, 조용히 새겨지는 결이다.
피부보다 깊은 곳에 닿아
운명처럼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당신이 처음 내 손을 잡았을 때
오래전부터 내 손바닥 어딘가에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었던 것처럼
온기가 낯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감촉은 사라지지 않는다.
몇 번의 계절을 지나고
수많은 인파를 헤매다 돌아와도
내 손바닥은 여전히
당신의 손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손 안에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지문처럼
손금처럼
지워지지 않는 무늬가 되어간다.
사랑은 어떤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천천히, 매일같이 스며드는 것
수십 번 스치고
수백 번 잡고 놓았다가
다시 붙잡는 가운데
손안에 작은 길이 생기고
길 끝에, 당신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손을 가만히 펴보았을 때
말없이 당신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이 내 손금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그대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계속 이 손을
당신에게 내밀고 있을 것이다.
손금은 바뀌지 않는 운명의 지도
그리고 누군가가 내 손금이 되었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삶에 새겨졌다는 가장 조용한 증거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