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0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세상이 등을 돌린 듯한 날
마음속 깊은 곳이 무겁게 가라앉을 때
그럴 땐 조깅화를 꺼낸다.
가슴이 아프면 발을 땅에 붙이고 한 걸음씩 내딛는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더 세게 뛸수록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를 즈음
몸속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눈물 대신 땀이 나를 씻어주고
슬픔 대신 숨소리가 나를 채운다.
에릭 리델은 말했다.
“나는 달릴 때 하나님이 주신 기쁨을 느낀다.”
그에게 달리기는 경기나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을 정화하고
마음을 다시 세우는 기도였다.
조깅은 아픔을 없애주진 않는다.
다만 아픔이 흘러가도록 길을 열어준다.
눈물을 땀으로 바꾸는 동안
조금씩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