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일이다

eunparang

by 은파랑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일이다.”

카렌 선드의 어록이다.


사랑은 인간의 일상 속에 잠깐 나타나는 완전함의 조각이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스스로를 넘어선다. 그 순간 마음은 평화를 얻고 세계는 잠시 투명해진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선물이며 계산이 아니라 넘침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경험은 이 땅에서 미리 맛보는 작은 천국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은식기를 훔치고 잡혀 온다. 주교는 도둑을 꾸짖는 대신 “그건 내가 준 선물”이라고 말하며 촛대까지 더해 준다. 한 사람의 자비가 한 사람의 생을 바꾼다. 장발장은 그 밤 이후로 “사람을 살리는 사랑”을 향해 걸어간다. 짧은 용서의 장면은 불완전한 세상에서 열리는 한 칸의 천국이었다.


사랑은 문틈이다.

바람이 아니라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따뜻한 체온이다.

우리가 서로를 부르기 전에 이미 마음이 먼저 다가가

손끝으로 빛을 만지는 일이다.


어떤 날은 세상이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다.

계산은 늘 빠르고 친절은 늘 늦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서툰 문장을 끝까지 들어주고

뜨거운 찻잔을 조용히 내밀 때

무너지던 하루의 벽에 작은 창이 난다.


사랑은 이유가 아니라 방향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길이 아니라

조금 덜 가져도 함께 가려는 길이다.

그 길에서는 이익 대신 안심이

정답 대신 침묵의 이해가 먼저 도착한다.


우리는 안다. 천국은 멀리 있지 않다.

사과 한마디가 늦게라도 도착하는 저녁

버스에서 자리 하나를 비켜 앉는 작은 몸짓

입술보다 먼저 미소가 건너가는 눈빛

모든 순간의 틈에서 우리는

잠깐 하지만 충분히 구원받는다.


장발장이 촛대를 품고 밤길을 걸을 때처럼

우리도 각자의 주머니에 촛불 하나쯤 숨겨 다닌다.

누군가의 어두운 복도에서

그 불을 빌려주기 위해

불은 나눌수록 줄지 않고

오히려 얼굴들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그러니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하루에 한 번 세상을 덜 아프게 만들겠다는

작고 확실한 결심이다.

결심이 이어 붙인 시간 위에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하늘의 가장자리까지 닿는다.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일이다.

그리고 ‘살짝’이

사람을 끝내 바꾸는 전부가 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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