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 Jan 28. 2019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포르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프라하에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드디어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나름 뜻깊었던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찾은 첫 번째 여행지로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를 찾았다.



Hola (올라) 포르투!





포르투 공항에 도착해 예약해 놓은 에어비앤비로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우버에 타자 마자 그 누구보다도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주던 우버 기사님. 숙소로 가는 길 내내 포르투에 대한 그의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포르투에서 제일 유명한 포트 와인 이름의 역사부터, 도우루 강은 왜 도우루 강인지, 포르투 와서 꼭 먹어 봐야 할 것들과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과 추천 메뉴까지. 숙소로 가던 그 15분 동안 우버 투어를 한 느낌이었다. 분명 그는 매일같이 보는 포르투일텐데 본인이 사는 이 도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다.



12월의 포르투는 햇빛이 아름다웠고, 영상 15도로 기분좋은 가을 날씨였다. 프라하는 겨울엔 우중충한 회색빛 하늘이 지배적이라 햇빛을 보기 힘든데,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무거운 패딩에서 벗어나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서니 발걸음도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렐루 서점, 맥도날드 임페리얼 등 유명한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포르투 시내 쪽으로 향했다. 포르투 골목골목은 건물 밖의 독특한 문양의 타일을 보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각양각색의 타일들이 건물을 감싸고 있어 그 거리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2만 보 가까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왜 포르투엔 이런 건물들이 많을까 궁금해 구글에 검색해보니 아줄레주라는 포르투갈의 전통 도자기 타일 방식이라고 한다. 나중에 기념품샵을 둘러보니 그곳에도 아줄레주를 이용한 기념품이 굉장히 많았다. 그만큼 아줄레주에 대한 포르투갈 사람들의 애정이 상당하다.



혹시 이 곳은 포르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모인 도시인가?





포르투 사람들의 포르투 사랑은 대단하다. 그만큼 이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꽤 크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포르투에 대한 설명이 곧바로 나오고, 포트 와인, 아줄레주 등 이 곳 특산품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처음엔 ‘다들 지독한 포르투 사랑꾼들이군’이라고 생각했는데, 5일 동안 이 곳에서 지내다 보니 알겠다. 이 도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아름다운 아줄레주가 늘어진 골목들과, 미소 가득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과 포트 와인. 사랑할 것들이 넘치는 도시인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여행 내내 많은 곳에 들러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고, 시간을 보냈는데 포르투 사람들에 대해 느낀 점은 미소가 참 아름답다는 것. 항상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는다. 처음 온 포르투였지만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그만큼 포르투 사람들의 미소는 편안했고 따뜻했다. 이렇게 나도 포르투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도시에 사는 포르투 사람들은 어떨까? 아줄레주처럼 아름다운 작품으로 가득한 거리를 걷고, 그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이 아름다움에 익숙해져 무뎌졌을까? 아니면 이들도 볼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까? 어쩌면 그들은 매일같이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도시를 온 맘 다해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새삼 뻔하고 뻔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이 떠올랐다. 내 인생에 있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장인데, 이 도시에서 보낸 4박 5일 동안 이 문장이 내 머릿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내겐 익숙한 일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주는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 






어느새 익숙해진 프라하 생활. 처음엔 모든 순간 감동이었지만, 최근엔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유럽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리라 다짐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는가. 어느새 나도 프라하에 적응해 그 감동적인 풍경들에 무뎌져있던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니까.




이전 06화 프라하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