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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01. 2019

별나라로 가는 시간, 15시간

사하라 사막은 어떻게 가나요

버스 타는 시간만 장장 15시간. 쉐프샤우엔에서 페즈까지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페즈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 10시간을 더 간다. 좁은 버스에 몸을 꾸겨 넣고, 모로코의 온갖 작은 마을을 들렀다 가느라 멀미와 함께하는 15시간이지만 그래도 갈만하다. 그만큼 고생하고 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 (오히려 내가 감히 가치를 운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사하라 사이다.




모로코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 건 사하라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였다.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엔 별이 쏟아진다고 했다. 하늘을 별이 뒤덮어 빈 공간이 안보이기까지 한다더라. 사하라를 다녀온 모든 이들이 극찬하던 사막의 밤하늘.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별이 가득한 하늘을 한 번쯤은 보고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에는 ‘’이 들어간다. 이름 맨 끝자인 ‘표’ 자는 杓 자루 표자로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분을 의미하는 글자다. 내 이름 ‘은표’는 맑은 별, 밝게 빛나는 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예전부터 별을 참 좋아했다. 뭐, 별자리가 어떻게 생겼고 별의 주기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자세하게 연구(?)할 정도로 좋아한 건 아니지만. 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러 간다는 것은 15시간의 버스여행을 참아내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쉐프샤우엔에서 페즈를 가는 5시간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가는 길에 있는 웬만한 마을들을 다 정차해서 가기 때문에 창밖 너머로 서로 다른 마을들을 구경하고,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바깥 풍경을 친구 삼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페즈는 모로코의 큰 도시들 중 하나인데, 여기엔 ‘까르푸’가 있다. 그래서 사막이 있는 ‘메르주가’라는 마을로 가기 전 이곳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사 간다.





페즈에서 메르주가로 가는 버스는 보통 수프라투어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저녁에 출발하는 이 버스는 새벽 5시 정도에 메르주가에 도착한다. 사막으로 가는 밤 버스를 타고 두세 시간 정도 달렸을까? 아무 생각 없이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헉 미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직 사막에 가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살면서 그렇게 또렷한 북두칠성을 처음 봤다. 손만 뻗으면 별 하나는 바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적 천체 박물관(혹은 그런 종류의 박물관/전시관)에 소풍 가서 3D 안경 쓰고 봤던 화면 같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하늘이었다. 항상 까마득히 멀리 있는 것 같던 별이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별을 가까이서 (엄밀히 말하자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본 적이 처음이었다. ‘별 따다 줄’라는 말이 현실 가능해 보인달까.





페즈에서 메르주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미 이렇게 미친 경관이 펼쳐지는데 사하라 사막 하늘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인가. 도대체 그건 얼마나 더 상상을 넘는 광경을 보여주길래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극찬을 마지않는 것인가. 벌써부터 입을 다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모로코 하늘인데 10시간 버스쯤이야.


정말 운 좋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북두칠성과 함께 달렸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미 쉐프샤우엔에서 버스를 타고 와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새 건전지로 갈아 낀 기분이었다. 이 광경을 최대한 눈에 많이 많이 담고 가야지. 이 광경에 익숙해지지 않아야지.


나는 지금 파란 나라에서 별나라로 가는 버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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