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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08. 2019

낙타를 타고 사하라로 갑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1박 2일

알리네 민박에서 내립니다

밤 버스를 타고 메르주가에 도착했다. 메르주가는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한 여행자들이 머무는 대표적인 도시. 특히 메르주가에는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 일명 '알리네 민박'이라 불리는 호텔이 하나 있다. 알리 씨가 운영하는 호텔로, 실제 상호명에는 그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 호텔이 얼마나 이 동네 상권을 휘어잡고 있냐 하면 밤새 달리는 버스에 지쳐 널브러진 여행객들을 이 호텔 사람들이 와서 하나씩 깨워 데려갈 정도다. 나도 버스가 정차한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툭툭 치더니 '알리?'라고 물어보더라.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내리라고 하길래 또 따라 내렸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찰나, 나는 이미 알리네 민박에 도착해있었다.



'알리네 민박'에서는 사하라 사막 투어를 운영하는데,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에 가서 1박 2일을 보내고 오는 투어다. 밥도 맛있고,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유명해진 프로그램이다. 우리도 사막 투어를 하기 위해 알리네 민박에서 머물기로 한 거였다. 별이 넘쳐흐른다는 사하라의 밤하늘을 보기 위한 사막 투어.



사하라에서의 1박 2일

모로코식 아침식사를 하고, 다 같이 낙타가 기다리고 있는 집결지로 이동했다. 모든 게 상상 이상이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낙타는 상상 이상으로 컸고, 처음으로 발을 디딘 사막은 상상 이상으로 광활했다. 그리고 사막의 햇볕도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고. 열댓 마리의 낙타들이 일렬로 줄을 서 사막을 걷는 모습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말로만 들어보던 사하라 사막을 내가 낙타를 타고 건너고 있다니


모로코 전통 의상을 입고, 모로코 사람들처럼 스카프를 온 얼굴에 두르고, 낙타를 타고 있다. 이제야 아프리카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는 지금껏 경험해본 모래들과 차원이 달랐다. 기껏해야 내가 만져본 모래들은 어렸을 적 뛰놀던 놀이터의 모래와 바닷가 해변에서 밟아본 모래가 전부지만. 사하라의 모래는 곱다 못해 굉장히 부드러웠다. 




사하라 사막엔 이정표고 표지판이고 길을 알려주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우리와 함께한 현지 가이드들은 길을 다 안다. 우리가 보기엔 다 똑같은 모래 언덕인데, 그들은 어찌 그리 길을 잘 찾는지 궁금해 물어봤다.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분명 똑같은 색에 똑같이 생긴 언덕인데 조금씩 다르단다. 그들 눈에만 보이는 차이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에 박수를 쳤다.



우리와 함께한 현지 가이드들은 모하메드사이드라는 이름의 두 청년이었다. 두 청년 모두 친절함은 물론이거니와 흥까지 탑재해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디서 배운 한국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손님들에게 배운 말이겠지만) 갑자기 '아프리카 미쳤어!' 하고 앞장서던 모하메드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모두 웃으며 '아프리카 미쳤어!'를 제창했다. 뿌듯해하는 미소로 모하메드는 한번 더 '아프리카 미쳤어!'를 외쳤다. 그렇다. 정말 미친 광경이었다. 사하라 사막을 모로코 사람들과 한국어로 '미쳤다'는 표현을 하며 낙타와 함께 걷고 있었다.


아프리카 미쳤어!



낙타 등에 업혀(?) 모하메드와 사이드의 서툴지만 정확한 한국어 한마디를 들으며 두 시간 정도 걷고 나니 오늘 우리의 숙소가 되어줄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캠프에 도착해 모로코식 점심 식사를 하고, 각자 휴식 시간을 가졌다. 휴식 시간 동안 피곤한 이들은 텐트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보드를 들고 언덕에 올라가 샌드 보딩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베이스캠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주황빛의 모래 언덕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 외엔. 나 정말 사막에 왔구나. 정말 오늘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겠구나. 묘한 설렘에 자꾸만 미소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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