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요 Apr 28. 2020

저는 워라밸이 없습니다.

워라밸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회사생활에 가장 중요하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알고 보니 나는 워라밸이 없는 사람이었다. 일과 삶이 나뉘어 있는 삶이 아닌, 일+삶 통합형 인생을 살고 있다. 퇴근해서도 안 멈추는 일 생각. 혹시 콘텐츠를 업으로 삼은 사람은 모두 이런가요?




요즈음 나의 직업관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가 많았다. 덕분에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콘텐츠였다. 그 콘텐츠가 어떤 형태의 콘텐츠이든 간에, 나는 계속해서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것.


퇴근 후에도 콘텐츠 생각에 여념 없다. 휴가를 가서도 콘텐츠만 눈에 보인다. 괜찮은 콘텐츠가 보이면 어떤 점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분석하기 시작한다. 옆에 동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눈앞의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다. 영 별로인 콘텐츠가 보이면 저 콘텐츠는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도 한참 생각해본다. 아, 콘텐츠 생각을 어디에 떼어 놓을 수는 없는 건가….


콘텐츠를 하루에 하나도 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다못해 TV나 라디오 속 뉴스도 무수한 콘텐츠 중 하나인데. 다만 내가 워라밸이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자꾸 분석하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접하는 콘텐츠도 일처럼 접근한단 말이지.


이건 왜 괜찮은 아이디어고, 이건 왜 영 아니고, 이건 어떤 부분을 배워야 하고, 이건 저런 부분을 고쳐야 하고, 이건 내 콘텐츠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고, 이건 회사 콘텐츠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말이다.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마치 지토의 January, February, March 노래를 부르면 뒷부분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내가 이 삶이 싫지 않다는 거다.



하루종일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를 접하는 와중에도 콘텐츠는 재미있다. 살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고, 찾아보고, 연구해본 건 콘텐츠가 처음이다. 콘텐츠라는 것이 워낙에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게 하도 다양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콘텐츠는 재미있다.





콘텐츠는 모든 연결의 중심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브랜드, 사람과 상품. 그 무엇이 되었건 간에 사람과 무언가를 연결하는 그 중심엔 콘텐츠가 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속엔 콘텐츠가 자리하고, 그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콘텐츠, 그리고 해당 콘텐츠를 통해 일말의 오해도 없이 그 메시지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수신자(receiver)를 볼 때 그렇게 기분이 좋다. 그래서 콘텐츠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잘' 전달하고 싶어서.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이걸 또 업으로 삼다보니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니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터. 하지만 덕분에 저는 워라밸이 없는 삶을 산답니다. 이게 싫은 건 아니지만, 조금 피곤한 삶이긴 하다. 다행인 건, 아직까진 내가 그 피곤함을 즐긴다는 것.

(but, 일하며 제 취향이 아닌 콘텐츠, 제가 안 좋아하는 콘텐츠를 다뤄야 할 때도 옵니다. 그럴 땐 저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합니다. 저도 월급쟁이로 하루하루 살아가기 때문이죠.)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신조어도 속속 보이는 요즘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는 워라밸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일과 인생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퇴근 후의 삶을 새로운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는 반면, 커리어 성장에 인생을 융합시킨 밀레니얼 세대도 있다. 아무래도 나는 후자인 것 같다. 나는 워라밸보다는 워라블에 가까운 삶을 사나 보다.


일도 콘텐츠, 내가 퇴근 후에 하는 것도 내 콘텐츠, 쉬고 싶을 때 접하는 것도 콘텐츠. 콘텐츠로 시작해서 콘텐츠로 끝나는 완벽한(?) 워라블과 함께하는 하루. 물론 칼퇴를 좋아하고, 퇴근 후에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보는 콘텐츠(퇴근 후에는 '나만의 취향'에 입각한 콘텐츠만 소비해도 된다.)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워라블의 삶이 고달프다거나, 싫지 않다. 이것 또한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워라블이 조금 더 행복해



사람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있고, 이 또한 존중해야 한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일'에 대한 가치관도 모두 다르다. 워라밸이 꼭 모든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한다거나, 가장 올바른 정답은 아니란 소리다. 워라밸보다 워라블이 더 행복한 나 같은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어찌 됐건, 행복하게 살면 장땡 아닌가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워라밸을 추구하건, 워라블을 추구하건,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 결론은, 저는 워라밸이 안되는 사람이더라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 덜 동요하고, 조금 더 잔잔해지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다른 SNS로 가입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