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길이라도 잃은 것인지 가실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건 더위만이 아닌지 내일이면 9월인 것도 모르는 이 놈의 매미는, 더없이 우렁차게 소리 높여 웁니다. 울고 싶은 게 저만은 아닌 걸 아는지 모르는지 괜히 얄미운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 할 태풍 하나 없이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는 여름. 비나 한 번 속 시원하게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은 많은데 하루 내내 잠이 몰려와 꼭 일주일 전부터 매일 아침 뛰고 있습니다. 집 바로 뒤에 국립공원을 두고도 달에 한 번 갈까 하는 것이 한켠 죄스러워 산 위를 가볍게 뛰어오릅니다. 여름 하늘에 도리어 더 푸른 솔잎 사이로 드는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 참 좋은 말이면서도 쉬이 생각 나는 일이 없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름답다'고 생각이 드는 것 만으로 마음이 한 칸 밝아지는 기분입니다. 너른 바위 지대까지 17분, 달려 내려오는 길에는 묘한 해방감이 밀려옵니다. '한 없이 자유로움'. 늘 자유롭고 싶었고, 자유를 찾는답시고 세계를 누볐습니다, 만, 실은 집 뒤 20분이 채 안 되는 곳에 자유가 가득 모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질리도록 방랑하지 못했더라면, 늘 아쉬움에 앓다 병이 났을 테니까요.
재작년 5월 초여름, 일어나자마자 느닷없이 산 꼭대기에 오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든 날이 있었습니다. 하늘은 누가 보더라도 곧 소나기를 퍼부울 표정이었습니다. 낮게 활강하는 제비들을 뒤로하고 산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렸습니다. 소나무로 가득 찬 언덕. 돌계단과 흙을 번갈아 밟아가며 솔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습니다. 타닥타닥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달리 빽빽한 나뭇잎 아래로는 솔향 짙게 배인 빗방울이 잔잔하게 떨어졌습니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걱정도 모두 다 씻어주던 그 비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루 하루 그저 잊혀져 가는 무수히 많은 나날들. 덕분에 그날은 그냥 '하루1'이 아닌 기억에 그리고 마음에 남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하늘이 무겁습니다.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아침 비가 오고 너른 바위 지대를 지나 소나무 언덕에 다다르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간만에 다시 한번, 잔잔이 숨을 고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