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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각 Sep 05. 2023

멋진 할아버지가 될 테야

    누구나 목표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11시 전에 자기'와 같은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든, '여자친구 만들기'와 같은 다소(?) 어려운 것이든, 우리 모두는 대게 이루고자 하는 소망과 그에 따른 목표를 늘 마음속에 하나 둘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상의 목표, 단기 목표 혹은 중장기 목표가 아닌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왜인지 드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지금껏 만나왔던 사람들 중에는 성별, 나이, 인종을 불문하고 인생의 목표를 논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습니다.

    저는 인생의 목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멋진 할아버지가 되는 것'. 얼핏 보기에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목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상당히 어려운 목표입니다. 우선 '할아버지가 되는 것'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다음 세대도 아닌 다다음 세대가 존재해야 하고 나아가 그 존재가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손주 손녀가 없으면 할아버지가 될 수도 없을 테니까요. 다행히도 올해 결혼은 했고 아내도 저도 둘 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니, 할아버지가 되는 여정의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식들이 아이를 원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 즐겁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느끼게 해 주면 손주 손녀를 볼 수 있을 확률을 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말인 즉,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여정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미션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에는 경제적으로 가정을 뒷받침할 수 있기, 좋은 부모 되기 등과 같은 꽤 난이도 높은 여러 서브 미션들이 딸려있습니다.

    그렇다면 '멋진 할아버지가 되는 것'에 '멋진'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우선 손주 손녀에게 어떤 할아버지가 '멋진' 할아버지인지 스스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멋진 할아버지는 재미있는 과거 얘기를 위트 있게 해 줄 수 있고 그 얘기를 통해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할아버지입니다. 여기에도 역시 만만치 않은 미션들이 줄줄이 딸려있습니다. 재미있는 지난 얘기를 해줄 수 있으려면 재밌고 흥미로운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고, 위트 있게 얘기를 해주자면 좋은 유며 감각과 훌륭한 말주변이 있어야 합니다. 지혜는 또 어떤가요. 지혜를 나눠주자면 똑똑한 지성과 뚜렷한 자기 주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적절한 지혜를 나눠주는 게 좋을지 뛰어난 판단력까지도 필요합니다. 끝으로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려면, 건강 역시 잘 챙겨야 합니다. 기껏 화목한 가정에 손주 손녀들 앉혀 놓고는 산소호흡기 달고 손가락만 까딱까딱해서는 안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제 인생은 꽤 바쁩니다.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마음 푹 놓고 쉬는 한가한 저녁이 1년에 손에 꼽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즐겁습니다. 귀엽고 예쁜 손주 손녀들을 앞에 앉혀두고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고 있을 나를 상상하자면 힘이 납니다. 애들이 '엄마 아빠, 우리 다음 주에 또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오면 안 돼?'라고 말해준다면 진짜 그때는 죽어도 여한이 없지 싶습니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듣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든 악착같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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