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마음에 남는 도시로는 York (요크)가 있습니다. 잉글랜드 북쪽의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요크는 전통적인 건물과 문화가 잘 남아있는 멋진 도시입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옥스퍼드와 차이가 있다면, 옥스퍼드는 우리나라로 치면 조금 더 전주 한옥마을 같은 잘 다듬어진 느낌이고 요크는 마치 경주처럼 곳곳에 전통적인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한 느낌입니다. 같은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Sheffield (셰필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요크를 좋아한 지금의 아내와 저는 날씨가 좋을 때면 늘 '오늘 요크나 갈까?'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요크는 좁은 골목을 가로지르는 상점 거리들로 유명합니다. 해리포터에서 나온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 '다이곤 엘리'가 여기 요크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면 특색 있고 감성 넘치는 가게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괜히 사고 싶어지는 물건들이 많아 통장이 쉽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로는 영국 양모로 만든 정장을 파는 양장점들이 있습니다. 신사의 나라에서 국내산 양모와 직조 기술로 장인들이 손수 만든 정장들은 보기만 해도 뭔가 가슴 벅찬 느낌을 주었습니다.
상점 거리가 재미있기는 하나 보통 관광객들로 쉴 새 없이 붐비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게 요크를 즐기시고자 한다면 도시를 둘러싼 성벽 둘레길을 걸어봐도 좋습니다. 한 바퀴 빙 도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둘레길 구간구간마다 다양하고 멋진 옛 건물들을 마주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더 특별한 날에 요크를 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 전 12월에 방문해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끝없이 늘어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다양한 예쁜 장신구들과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어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영국 물가 + 크리스마스 마켓 물가는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기 전 마음의 준비와 통장 준비를 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