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의 지형과 풍경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늘 시야에 나무가 빼곡한 산이 보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잉글랜드에서는 산을 보기 드뭅니다. 대신 너른 구릉지를 쉽게 볼 수 있지요. 이런 잉글랜드의 자연을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면 국립공원에 방문해 보면 좋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국의 국립공원은 Peak District (피크 디스트릭트) 공원입니다. 피크 디스트릭트는 제가 대학 생활을 한 Sheffield (셰필드) 옆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큰 도시들로부터 접근성이 좋아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늘 붐빕니다.
1,400 제곱 킬로미터의 크기로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피크 디스트릭트에는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매력을 가진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푸른 호수나 강을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끝없이 펼쳐진 구릉지 사이를 헤매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또 피크 디스트릭트의 중앙 부에는 암벽등반을 하기 좋은 바위들이 많아 전국의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찾아와 볼더링이나 리드 클라이밍을 즐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자연환경 덕분에 피크 디스트릭트 주변에는 클라이밍 문화가 잘 발달해서 셰필드를 비롯한 요크셔 지방의 큰 도시에서는 실내 암벽장이나 클라이밍 동호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유학 생활을 하며 볼더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뚫려있는 피크 디스트릭트의 도로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 도심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국립공원으로 와 라이딩을 즐깁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달고 다니는 차들을 도로에서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다른 국립공원들과 달리 피크 디스트릭트는 기차나 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셰필드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 일이 없겠지만, 잉글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Manchester (맨체스터)에는 비행기 환승으로든 비즈니스로든 가시는 분들을 더러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볼 것도 없고 못 생긴 맨체스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어쩌다 날이 좋은 날 맨체스터에 있게 된다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에 한 번 가보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