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84 사랑을 지킨다는 것

영화 '얼라이드'

by eunring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브레드 피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얼마 전 '가을의 전설'을 다시 보며

그의 눈빛이 매력적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새삼 보게 되었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얼라이드'에서 맥스 역의 브래드 피트는

제법 나이가 들어 선이 무뎌진 만큼 깊숙해졌다

반짝이는 열정 대신 속 깊은 묵직함이 있다

파도가 치는 큰 바다와 같아진 그가

갈등하며 고뇌하는 역할이 제법 잘 어울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거침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애틋하고 절절해서 가슴이 먹먹하다


마리안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진한 빨강 입술로 웃어도

백합 향기처럼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에디트 피아프의 열정적인 삶을 다룬 영화

'라 비 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했고

꿈을 통해 정보를 훔치거나

생각을 심기도 하는 영화 '인셉션'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내

맬 역으로 나온 매혹적인 배우다


72시간의 작전

사랑하는 아내 마리안이

스파이인지 아닌지 밝히는

청색 리트머스 시험이라는 진실게임이

매력적인 두 배우의 깊은 연기 덕분에

절실함과 절박함의 늪으로 빠져든다


72시간 안에

아내가 스파이가 아님을 밝혀야 하는

맥스의 고뇌와 갈등이 안쓰럽고 애잔하다

사실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리는

어둠 속의 그에게서 진심 사랑이 느껴진다

그는 밝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켜내고 싶은 것이다


진지하고 섬세한 두 배우의 감정 연기가

서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소란하지 않은 표정 속에 뭉그러져

더욱 안쓰럽고 애잔하다


내일은 하루 종일 전쟁 따위 잊고

애나와 지내자는 마리안의 슬픈 눈으로

분홍 인형 같은 애나의 첫걸음 소풍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위험을 무릅쓰고 공작원 델라마를 만나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고 확인하는

맥스가 사랑을 지켜내기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갈색 눈에 사교적이고 쾌활하고

수채화를 그리는 진짜 마리안은

피아노를 여신처럼 잘 친다는 얘기를 듣는

맥스의 당혹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독일군으로 가득 찬 카페에서

프랑스 국가를 피아노로 쳤다는 마리안이

그녀의 아내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내기 스파이가 아니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 곁에 함께 한다


집에 돌아와 마리안과 함께

피아노 있는 곳으로 가서

사랑한다면 자신을 위해 피아노를 쳐달라고

프랑스 국가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피아노 뚜껑을 닫는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그녀는 진짜 마리안이 아닌 것이다


그 용감한 여자를 알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는 그녀의 곁에서

내 마음도 함께 주저앉는다


숨어 있는 자신을 찾아내

애나를 인질로 삼아 어쩔 수 없이

암호 메시지를 보냈지만

사랑은 진짜라고 고백하는 모습이

슬퍼서 아름답다


'내 감정엔 진심이 담겨 있죠

그래서 연기가 통하죠'

임무 중에 그녀가 했던 말이 되살아난다

스파이로서 연기도 뛰어났지만

맥스를 향한 감정은 진심이었다는

그녀의 사랑이 눈물겹다


비가 내리는 어둑한 장면의 긴박감 속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비극의 순간

비장한 표정의 그녀가 말하는 프랑스어

'사랑해 퀘벡 아저씨'는 참 아프다


임무 중에 그녀가 장난 삼아했던

사랑 고백을 남기고 돌아서는 그녀

그리고 총소리

애나를 부탁하고 쓰러지는 그녀 곁에서

맥스의 눈물은 빗물보다 쓰라리다

주저앉아 우는 맥스 그리고

자동차 안에서 꼬물거리는 분홍 아기 애나


'난 너의 엄마야

너의 삶은 부디 평화롭기를

난 영원히 너의 엄마야

걱정은 안 해

아빠가 잘 보살펴 줄 테니까'


딸 애나에게 남긴 편지를 읽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쓸쓸하고

소녀로 자란 애나와 맥스의 뒷모습이

평화롭지만 그녀의 빈자리가 안타까워서

가슴 찡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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