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83 옛날 영화의 편안함이 좋다
영화 '화기소림'
그녀가 구름이면
넌 새야
나의 희고 작은 구름
너도 새를 사랑하니?
엉성하고 어설프고 부산스럽지만
재밌다 웃음이 난다 그냥 따사롭다
장칭 역의 주윤발이 젊어서 푸르르고
청매 역의 오천련은 순박해서 예쁘다
옛날 영화가 주는 정겨움이 편안하고
어릴 적 낯익은 골목길을
서성이는 듯한 뭉클함이 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소림사 풍경의 포근함
정말 말도 안 되는 초능력자 청매의 순수함
칭이 그녀의 창틀에 놓아주는
삶은 달걀 두 알의 순수함
그녀가 삶은 달걀을 곱게 채색해서
문을 통해 칭에게 건네는
초능력의 엉뚱함이 그냥 재밌다
칭의 주먹을 커다랗게 부풀리고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꽃들을 피워내다가
소림승을 피하려고 칭과 청매가
눈 내리는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은
따뜻하고 해맑은 판타지다
안경 쓴 꼬맹이 스님의 의리도 귀엽고
오늘 친구를 배신하면
내일 소림사를 배신할 거라는
칭의 변호는 멋지다
홍콩영화에서 듣는
야니의 'Refletions of Fassion'
참 좋다 그냥 좋다 좋아서 웃음이 난다
한때 푹 빠져들었던 야니의 음악을
홍콩영화에서 듣다니~
소림사 눈 쌓인 풍경 속에서 듣는
야니의 음악을 타고
추억의 눈송이가 폴폴 날린다
청매에게 건네는 책 속 여백에
오늘 밤 함께 달구경 하자는
칭의 메모에 미소가 맺히고
그 책을 밤새워 읽는 청매가
찢어진 몇 페이지 책 속에 담은
하얀 첫눈 같은 사랑의 마음이 애잔하다
서점에 가서 찢긴 페이지를 다 읽었다는
칭은 책 속의 주인공들은 헤어졌으나
우리는 같은 달빛 아래 함께 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 떠나자고 하지만
청매는 자신을 희생해 칭을 구한다
눈 내리는 밤에 눈물처럼 울려 퍼지는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구슬프고
연구소로 보내지는 청매와 붙잡힌 칭의
기차역에서 1분은 눈물겹다
간신히 얻은 딱 1분에 흘러나오는
야니의 음악은 따끔따끔 아프다
달을 볼 때마다 기억하겠다는 칭은
기약 없는 이별의 장면에서
차창을 사이로 반지를 건네고
청매는 초능력으로 반지를 건네받는다
웃으며 우는 칭과 메이를 갈라놓으며
기차는 미련 없이 기적을 울리며 떠나간다
초능력이 사라져 평범한 삶으로 돌아온
청매는 언젠가 기차역에서
칭을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등려군의 노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청매의 마음을 애절하게 하지만
그들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더는 하늘을 날 수 없으니
다행이다
남자의 인생은 짧다고
마치 풍경 소리처럼 사라진다는
사부님의 말씀은
모든 인생에게 통한다
소주병들이 초록 풍경소리를 내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난다
풍경 소리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오늘 하루
그리고 인생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