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85 모자가 바뀐 사연

자매들의 뷰티살롱 31

by eunring

봄여름 내 베이지색 모자를 쓰다가

가을엔 회색 모자를 쓰고

겨울이 되어 깜장 모자를 씁니다


모자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름에는 햇볕을 가려주고

봄가을에는 바람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푹 눌러쓰면 부스스한 머리도

얼렁뚱땅 대충 가려져서

거울도 안 보는 대충 모드 on

편하고 편안하고 편리합니다


그런데 옷은 물론 모자에 이르기까지

엄마의 취향에서 벗어나 삐딱선을 타면

엄마의 눈총을 받게 되니

이를 어찌하나요


마스크는 깜장과 하양 중간

어설픈 회색으로 적당히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엄마의 시선이

깜장 모자에 꽂히셨습니다


깜장 모자 벗어 내버리고

엄마 모자로 바꿔 쓰라고 성화십니다

분홍 보라 자줏빛 모자 중에서

얼른 고르라고 하십니다


내가 아바타도 아닌데

모자까지 엄마 취향에 따라야 하다니

투덜거리는 내게 막내가

모자 하나를 꺼내 주며 웃어요


갈색은 갈색인데 붉은빛이 감도는

자갈색 벙거지 모자라

엄마 눈에도 얼추 들고

내 눈에서도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연회색 마스크와 연하늘색 패딩으로

엄마의 취향에 적당히 맞춰드리며

붉은 갈색 모자를 푹 눌러쓰니

리틀 엄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산타 모자라도

써볼 생각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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