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17 설렘으로 오는 사랑

영화 '오만과 편견'

by eunring

학생 시절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살짝 펼쳐두고

선생님 몰래 훔쳐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그 시절 내가 제대로 읽었을까요?


아마도 소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되어

비바람 불어대는 초록 언덕에서

치맛자락에 젖어드는 빗방울 톡톡 떨어내며

미스터 다아시의 고백을 뿌리치는

안타까운 꿈을 꾸었을 게 분명합니다


엉뚱한 상상으로 혼자 웃다가

선생님께 들켜 혼이 났을지도 모르죠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본다는 것이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이니까요


무뚝뚝한 데다가 오만의 끝판왕으로 보이지만

속마음 너그럽고 사려 깊은 다아시와

까칠하고 영특하고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가진 편견에서 벗어나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영화 '오만과 편견'은 아름답습니다


수채화 같은 투명 색감이 매력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와 잔잔히 흐르는

보송한 피아노 음악이 어우러져

밝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요


영리하고 아름답고 자존심도 강한

둘째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다아시 역의 매튜 맥퍼딘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기분 좋은 설렘과 따사로운 아련함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오만과 편견'


오만 때문에

진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다아시

편견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엘리자베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오해와 편견에 빠져

사랑의 밀당을 주거니 받거니 할 때

나만 안타까웠던 건 아니겠죠?


너그러운 아버지와 극성 엄마 아래에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자라는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키티 리디아

베넷 가의 상큼 발랄 다섯 자매들과
다아시와 빙리 같은 멋진 청년들과

장교 위컴까지 등장하는 청춘극장입니다


사회적 계급과 신분을 중요하게 여기던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연애사건이 유쾌하고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 묘사가

설렘을 줍니다


엘리자베스는 말하죠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건

오히려 다행한 일이야

만약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면

실망하는 일이 반드시 생길 테니까'


오만하고 무뚝뚝하고

까칠까칠 불퉁거리는 다아시가

'나는 마법에 걸렸소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오'

사랑하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어찌할 줄 모르며 수줍은 모습으로 고백할 때

훌쩍 큰 키와 무심한 듯 다정다감한 목소리

그리고 파란 눈동자가 매력적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당시 스무 살 나이에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죠

나탈리 포트만과 위노나 라이더와

닮은꼴로도 유명하답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초록 언덕에서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안타깝지만

그날의 엇갈림이 있으므로

다시 만나는 장면이 더욱

상큼하고 심쿵합니다


청보랏빛 새벽 안갯속에서 걸어오는

푸른 코트의 키 훌쩍 큰 다아시를

사랑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엘리자베스는

잠이 안 와서라고 말하고

하찮게 여기지 않아 고맙다며

다아시도 진심 다정한 마음을 건넵니다


엘리자베스에게 몸과 영혼이 매료되어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다아시에게

손이 차갑다며 다가서는 엘리자베스

두 사람 사이로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밝아오는 장면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둘 다 고집불통이라고

네 짝으로 어울릴 남자는 없을 줄 알았다며

다아시가 특별한 남자이기 때문에 허락한다고 아버지는 웃어요


메리와 키티를 찾아온 남자가 있으면

들여보내라고 시간 많다며 하하 웃는

너그럽고 다정한 아버지를 둔

베넷 가의 다섯 자매는 행복할 수밖에요


엘리자베스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을

다시 소설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라

혼자 빙긋 웃기도 하고

가만 눈을 감고 초록 풍경 속을

설렘으로 서성이며 읽게 될 것 같아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816 희망의 연을 날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