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20 사랑의 심리
영화 '하트스트링스'
풋풋미 뿜뿜 소년 소녀가 예쁘고 귀엽고
동글동글 조약돌 같은 프랑스어의
부드럽고 로맨틱한 발음이
뜻은 모르지만 듣기만 해도 좋아요
제2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으나
가르송 봉주르 메르시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고이 접어 간직한 채
파스텔 색감의 화면이 사랑스러워서
재미나게 보다가 가슴이 찡해지는 영화
'하트스트링스'는
'소나기'의 프랑스 버전입니다
'하트스트링스'의 소녀 마리가 아프긴 하지만
'소나기'의 소녀처럼 죽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유전병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소녀 마리는
공부에 취미가 없는 개구쟁이 소년 빅터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며 함께 공부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요
'소나기'의 소녀가 징검다리에 앉아
소년에게 마음을 던지는 모습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어봅니다
사랑의 심리를 너무 일찍 깨달은
소년 빅터의 말이 웃퍼요
'나는 마리를 안 믿어 여자는 늘 떠나거든'
사랑은 한 번뿐일까~ 친구에게 묻는 빅터는
엄마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났기 때문에
자동차 정비공 아빠와 둘이 살고 있죠
엄마가 새로운 사랑에 빠질 때
아빠에게 신호 같은 게 있었냐고 묻는
빅터의 눈망울에 그림자가 머무르고
아빠의 대답 속 농담 반 진담이 안쓰러워요
엄마가 사흘째 전화를 받지 않다가
갑자기 전화해서 왜 먼저 전화 안 했느냐
화를 내고는 떠났다는~
움직이고 변하는 안타까운 사랑의 심리를
빅터는 떠난 엄마를 통해 배웠던 거죠
'우물 안에 있으면 빛이 고마운 법이랬어'
친구가 건네는 속담 속에
마리의 진심이 담겨있어요
약자 응원 차원이라며 마리가
빅터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꾸깃꾸깃 뭉쳐진 0점 시험지를
다림질하는 빅터에게 아빠가 물어요
'어디 아픈 데 없지?'
악보를 제멋대로 바닥에 흩어놓은 채
첼로를 끌어안고 비스듬히 누운
소녀 마리에게는 돋보기나 안경보다도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근사한 집에서
상냥한 유모의 보살핌을 받지만
출장이 잦은 엄마와 마리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의 사이가 멀어져
헤어지기 직전이거든요
사랑을 시작하는 아들 빅터에게
눈빛이 중요하다고 아빠는 말합니다
'눈빛은 사랑의 시작이란다
엄마의 눈빛과 표정이 나를 설레게 했다'
아빠와 소년이 나누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다정다감합니다
아빠보다 미남이니 힘을 내라는 아빠와
아빠 닮아서 미남이라는 빅터
미남 집안이라며 마주 보며 웃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따사롭고 기분 좋아요
첼로를 켜는 슬픈 눈이 안쓰러운 마리는
음악학교에 가려고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자꾸만 앞을 보지 못하여 부딪치게 됩니다
그러다 빅터의 손을 잡고 걷는
마리의 눈에 슬픔이 고이고
입가에는 미소가 맺히죠
'여자 안 만나느냐고
평생 소파에 붙어 살 거냐고
엄마 물건은 왜 안 버리냐고
엄마는 죽었다'는 빅터의 아픔이 안타까운데
마리와 함께 호수에 빠지게 되고
마리는 눈이 계속 나빠진다는 고백을 하죠
자신의 병을 숨기기 위해 빅터에게 접근했다는
마리의 고백이 빅터를 아프게 합니다
아빠가 알면 시설에 넣을 거라고
아삐는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귀머거리라
음악학교 오디션을 못 보게 할 거라고
혼자 있고 싶다는 마리를 두고
초록길을 달려가는 빅터의 뒷모습이
애틋하고 애잔합니다
옷장에서 엄마의 스카프를 꺼내
얼굴을 묻고 우는 빅터는
마리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리가 속였다는 빅터에게
소중한 것은 포기하지 말라며 아빠는
사랑이 원래 그런 거라고 합니다
함께 엄마 물건을 치우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비장해요
망설이는 아빠 곁에서 단호한 표정의 빅터는
그러나 엄마 스카프 한 장을 챙겨두었죠
칠판 글씨를 읽지 못해 곤란해진 마리를
빅터가 나서서 도와줍니다
'나서서 말하는 것도 용기지만
침묵하는 것도 용기다'라는
처칠의 명언에 대하여
침묵하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마리는
드디어 빅터에게 속을 터놓게 됩니다
유전병을 앓고 있어서 눈이 점점 나빠지고
동정받는 게 싫어 친구를 사귀지 않았다며
그런데 빅터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는
고백을 덧붙이고 화해 성립~
점점 눈이 안 보이는 마리를 돕는 빅터와
빅터를 돕는 속담 친구 하이삼은
엉뚱한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오디션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 나섭니다
'넌 오디션에 붙을 거고
음악학교에 갈 거고
난 눈뜬장님이 되겠지'
그러나 친구 로망의 엉터리 초대장으로
마리가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이 들통이 나고
빅터는 친구들과 한밤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같은
마리 구출작전을 펼칩니다
창고에서 장막을 사이에 두고 잠을 청하는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마리는 감기에 걸리고
다음 날 어른들에게 붙잡혀 가게 되지만
마리의 재능을 알아봐 달라는
진정 어린 빅터의 한 마디가
마리 아빠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 대가로 따귀 한 대를 아프게 선물 받지만
마침내 빅터는 마리에게
희망의 빛을 주는 친구가 되는 거죠
마리의 아빠는 병원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오디션장으로 자동차를 돌리고
열감기 속에서도 마리는 웃어요
아빠의 자동차로 뒤따르던 빅터가
아빠에게 윙크를 하자 '결국 해냈구나'
아빠의 한마디는 다정합니다
'딸아이가 아픕니다
그래서 이 오디션 꼭 봐야 해요
음악계의 손실과 딸아이의 상처를 어쩌려고'
오디션 시간에 늦었지만
마리 아빠의 간절한 부탁으로
마리는 오디션 무대에 오르게 되죠
마리의 첼로 연주를 지켜보는
빅터의 눈에서 꿀이 뚝뚝~
첼로를 연주하는 마리의 눈에 비치는
희미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내 어둠에 묻히지만
그러나 어둠 속에서 점점 밝아지는 마리의 표정과
해바라기처럼 웃는 마리의 얼굴에
햇살이 가득해집니다
행복 엔딩이
슬픈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어리고 철없는 사랑일수록 아픈 이유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