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27 엄마의 맛

북어 보푸라기 레시피

by eunring

깡말라 비틀어진 북어를 보면

피식 웃음부터 납니다

그러다 쓴웃음을 짓게 되죠


한참 오래전

엄마가 지금보다 젊고 맑으셨을 때

북어포를 보풀이라도 내듯이

얌전하게 손으로 다듬어서

간장 조금에 참기름 넣어

고소하게 무쳐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북어가 해독에 좋다고

치료받고 돌아오면 북어 보푸라기에

금방 끓여 쌀알이 톡톡 윤기 나게 잘 익은

흰 죽 한 상을 차려 주셨습니다


그때 먹은 흰 죽과 북어 보푸라기가

종종 생각나면 고소해지는 입맛 끝에

씁쓸함이 스며들곤 합니다


그다지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 않으신

엄마의 북어 보푸라기는

세상 간단했어요

보풀을 내듯이 곱게 다듬은 북어채를

살짝 물에 헹구어 꼭 짜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끝~


단맛이 필요하면 설탕도 추가하고

촉촉하게 하려면 북어 육수 조금

통깨 솔솔 뿌려도 좋다죠


북어 보푸라기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반찬이랍니다

간장 버전과 소금 버전도 있고

고춧가루 버전도 있다고 해요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내게는 어렵기만 합니다

사랑도 부족 정성도 부족

게다가 손맛까지 부족하니까요


블렌더에 북어포를 포르르 갈아

보푸라기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지만

해보지 않아 자신도 없고

까딱하면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대신 북어포를 잘게 잘라

북엇국을 끓입니다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북어는 북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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