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45 슬픔이 주는 위로의 반짝임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겨울나무에 피어난 차가운 눈꽃처럼
춥고 외롭고 애틋한 삶을 살며
연둣빛 봄날을 기다렸으나
인생의 봄을 맞지 못하고 떠난
비운의 음악가 프란츠 슈베르트
31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예술가곡을 작곡한
가곡의 왕이자 평생 겨울나그네
슈베르트의 애칭을 아시나요?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데다가
동글동글한 얼굴이 버섯을 닮아
슈밤메를(Schuwammerl)이라는
재미난 애칭을 가졌답니다
키가 작고 통통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술을 좋아해서?
슈바르텐이라는 별명도 있었다죠
맥주통이란 뜻이래요
귀염 통통한 몸집에
손가락도 짤막하고 통통해서
복잡하고 어려운 곡을 연주할 때는
통통 손가락이 건반 위를 쥐가 움직이듯
부지런히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근시가 심해서 안경이 필수템이었고
잠들기 전에 안경 벗는 걸
깜박 잊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말해야지
외모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만
작고 볼품없는 외모보다 더 안타까운 건
타고난 그의 슬픔과 가난과 고독입니다
공연장에서 작곡가를 소개하는
빛나는 순간에도 남루한 옷차림과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차마 무대로 나서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일화도 있어요
그러나 그는 현실의 남루함이나
슬픔과 아픔에 주저앉지 않고
음악을 향한 꿈과 에너지를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고 해요
젊은 나이에 지병이 악화되고
우울증까지 깊어진 상황에서도
슈베르트는 음악이 주는 힘과
슬픔이 건네는 위로를 믿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며 비참한 사람이야
다시는 건강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 봐'
친구에게 쓴 편지에 담긴 몇 줄 사연만 봐도
그의 심정이 얼마나 비통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의 일기에도 슬픔이 드러납니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슬픔은 음악적 이해를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눈 쌓인 겨울날 듣기 좋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악기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작곡했다고 해요
첼로와 기타를 합쳐 놓은 6현 악기
지금은 잊힌 아르페지오네는
첼로와 비슷한 크기에
기타의 몸통처럼 생긴 악기로
첼로처럼 활을 현에 그어 연주했는데
금방 인기가 시들해져 사라지고
지금은 첼로로 대신 연주한다죠
가곡의 왕이 쓴 작품답게
악기의 선율이 노래하듯이 흐르는
2악장 아다지오가 유려하고 아름다워요
듣고 있으면 우아하게 빛나는
눈부신 슬픔이 느껴지고
슬픔도 위로가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눈 쌓인 창밖을 내다보며 듣는
겨울나그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이 되어
새하얀 슬픔의 꽃 이파리들이
눈부시게 나풀대며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