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60 사랑으로 빛나는 별

바그너의 '저녁별의 노래'

by eunring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중에

'순례자의 합창'이 널리 알려져 있어요

바그너 음악이 듣기에 좀 어렵다고 하는데

'탄호이저'부터 시작하면 괜찮다고 합니다

'탄호이저'가 바그너 입문용이라는 말도 있죠


바그너의 '탄호이저' 중에

노래 가사가 좋고 멜로디가 차분해서

가끔 찾아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녁별의 노래''라고도 하고

'오 사랑스러운 나의 저녁별'이라고도 하는

볼프람의 아리아인데요

어둠이 솔솔 내리고

저녁별들이 수줍게 빛날 무렵

듣기 좋은 고즈넉한 노래랍니다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중세의 기사들을

미네징거(연애 시인)라 부르는데

그들이 '탄호이저'의 주인공들이래요

독일의 전설적인 연애 시인 탄호이저와

발트부르크 노래 경연대회를 소재로

사랑에 의한 구원을 노래한 오페라죠


독일 중세의 기사이며 음유시인 탄호이저는

영주의 조카 엘리자베트와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관능의 여신 베누스(비너스)의 유혹에 빠져

관능의 포로가 되었다가

애인 엘리자베트의 순수한 사랑과 죽음에 의해

영혼의 구원을 얻는 내용이랍니다


로마로 순례를 떠난 탄호이저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는

성실하고 정결한 기사이며 음유시인인

볼프람이 저녁별을 바라보며

'그녀의 영혼을 편안히

하늘로 인도해 주세요'

수금(하프)을 연주하며 부르는

애절하고 아름다운 아리아입니다


'여러 별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별이여

빛을 내어 아늑한 등불을 보내어

부드러운 빛이 밤의 어둠을 헤치고

골짜기의 길을 가리켜 주오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천사가 되기 위해

그녀가 이 땅의 골짜기에서 날아오를 때에'


볼프람은 엘리자베트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숨긴 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엘리자베트의 죽음을 예감하고

부디 저녁별이 그녀의 영혼을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인도해 주시라고

애틋한 마음을 읊조리듯 노래합니다


돌아오는 순례자의 행렬 중에

탄호이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엘리자베트는 절망하여 죽음을 맞이하고

그 소식을 들은 탄호이저는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숨을 거두며

비로소 구원을 받는답니다


사랑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가

마음을 묵직하게 하지만

기사 볼프람의 순정한 사랑으로

엘리자베트의 영혼도 평온하게

천국을 향해 날아올랐을 거라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사랑스러운 엘리자베트의 영혼이

고운 저녁별이 되어 볼프람의 창가에서

기쁨으로 반짝이고 있을 것 같아요

볼프람은 저녁별을 바라보며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겠죠


볼프람의 '저녁별의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 안에서 고즈넉이 반짝이는

애틋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라는

바그너의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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