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80 달님에게

서늘한 달빛 미인

by eunring

엄마는 해님보다 달님을 더 좋아하십니다

해님은 쫓아다니며 눈을 쏘아대서

눈이 부시다며 못마땅해하시다가

해님도 미인을 좋아하는 거라고 하면

비죽 웃으십니다


처음에는 오라비가 해님이 되고

누이동생은 달님이 되었다가

나중에 바꾸어 오라비가 달님이 되었다는

옛이야기를 덧붙이십니다


누이동생이 어두운 밤길 무서울까 봐

오라비가 바꿔 주었다죠

해님이 된 누이동생은

사람들이 쳐다보면 부끄러워

눈을 쪼아댄다는 건데요


엄마랑 함께 환하게 눈부신

해님을 바라보기는 해도

밤하늘의 달님을 바라보는 일은

거의 드물어요


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거든요

나이가 들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아늑한 공간이 바로 집인가 봅니다


어쩌다 가끔은 파란 하늘에

새하얀 낮달이 떠서 함께 바라보기도 합니다

낮달을 볼 때면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엄마랑 노래하다 보면

괜히 서글프고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해님 달님은 하늘에 늘 떠 있다가

낮에 보이고 밤에 보일 뿐인데

낮달더러 쪽박이라니 안쓰러워요

그것도 쓰다 버린 쪽박이라니

달님이 들으면 쓸쓸하겠죠


가끔 혼자 베란다에 나가

초승달을 보곤 합니다

산 아래 사는 친구네 집에서는

창밖으로 둥그런 보름달이 보인다는데요


'달무리 번졌지만 환하다고
구름 많아진다고
베란다 방충문 열고
고개 내밀어 본 달~
차갑다'


우리 집에서 보름달은 잘 안 보이고

서늘한 미인의 눈썹 닮은

초승달이 뜰 때만 보이는 것이

달님도 다니는 길이 따로 있는가 봐요


해 저물고 어둠 내리면

오늘은 뒷베란다 쪽으로 나가

차가운 달빛을 내다봐야겠어요

둥근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는지

계수나무 가지 끝에 봄이 오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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