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53 노랑 체크무늬 레시피 공책
일본 영화 '달팽이 식당'
오늘처럼 촉촉 봄비 내리는 날은
린코(시바사키 코우)의 달팽이 식당에서
하트 그릇에 담긴 쥬뗌므 수프를
따뜻하게 먹고 싶어요
아기자기 예쁘고
오밀조밀 소꿉놀이처럼 사랑스러운
린코의 달팽이 식당은 1일 1팀 예약제인데요
다정다감하고 색감도 알록달록
감성까지 백퍼 충만한 힐링 공간이죠
그녀의 노랑 체크무늬 레시피 공책이
사랑스럽고 따사롭고 밝아서 좋아요
도넛과 마법의 쌀겨 절임을 남긴 채
마음의 고향 같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게의 꿈을 이룰 돈과 사랑을 잃고
목소리마저 사라져 버린 스물다섯 살 린코는
엄마 루리코네 집으로 십 년 만에 돌아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수첩에 글씨를 쓰죠
'돈 좀 빌려주세요'
슬프지만 사랑스러운 동화처럼
싱글맘 루리코(요 키미코)는
돼지에게 에르메스라는 고급진 이름을 붙이고
외로운 마음을 기대며 살고 있어요
린코가 빵을 만들어주자
돼지 에르메스가 꿀꿀 말하죠
'좀 더 애정을 담아 만들어 줘요'
무화과나무에 기대어
열매들이 익어가는 소리를 듣던
린코는 엄마 루리코의 아모르 바 옆
헛간을 빌려 달팽이 식당을 열어요
하늘색 세발자전거에 장을 봐온 린코의
제1호 손님인 이웃사촌 쿠마 아저씨를 위해
비 오는 날 석류의 추억을 되새기며
석류 카레를 만드는 린코는
진지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버터 라이스에 석류 카레를 얹어 먹다가
'세뇨리타'를 부르며 우는 쿠마 아저씨에게는
부인이 딸만 데리고 떠나버린
아픈 사연이 있는데요
'맛있었다'라고 감동하는 쿠마 아저씨에게
행복한 기적이 일어나게 된답니다
린코의 석류 카레를 먹은 날
쿠마 아저씨는 세뇨리타의 전화를 받게 되죠
우연인지 필연인지 카레를 먹다가
딸이 아빠 생각을 했다는 거죠
맛있고 신기한 힘을 가진 린코의
두 번째 손님은 짝사랑에 빠진 여학생입니다
달팽이 식당에서 린코의 요리를 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쿠마 아저씨의 이야기 듣고 온 건데요
짝사랑 남자 친구와 함께 와서
하트 그릇에 담긴 쥬뗌므 수프를
맛있게 싹 비우고는 다정히 손을 잡는 모습에
마카롱을 후식으로 내가려던 린코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빙긋 웃어요
사랑을 이뤄주는 쥬뗌므 수프가
인기 템이 되는데요
학생 시절 미술반 친구였던
마트 직원 미도리의 시샘으로
무화과 샌드위치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엉뚱 소문이 퍼져 달팽이 식당은
개점휴업 위기에 처합니다
소문은 75일이면 사라진다는 엄마 루리코는
퍼지는 것도 빠르지만 싫증 내는 것도 빠르다며
길고 긴 인생에 75일이 별거냐고
참다 보면 다 지나간다며 쿨하게 웃어요
양파를 까다가 던져버리는 린코에게
식재료 귀히 여기라는 꿀꿀 돼지
에르메스의 조언도 웃퍼요
따뜻한 난로의 계절이 오자
친구 미도리의 시샘도 풀리고
엄마 루리코의 말처럼
소문도 스르르 가라앉아요
달팽이 식당 천장에 매달린
아름다운 샹데리에의 주인이지만
남편을 여읜 후 365일 검은 옷만 입는
우울한 부인의 닭백숙 예약을 받게 됩니다
감귤 칵테일과 숭어회 삼계탕
카라스미 리조토와 양갈비
그리고 와인 풀코스로
맛있게 먹고 마시는 검은 옷 부인은
커피와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호로록~
365일 검은 옷에 365일 울적하던
부인의 얼굴에 행복미소가 촤라락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샹데리에의 잘랑거림도 기쁨으로 반짝이죠
검은 옷 부인은 활짝 웃으며
'맛있었다 잘 먹었어요'를 되풀이합니다
린코의 요리를 먹은 그날 밤
꿈에 처음으로 남편이 나타나
다시 만날 때까지 즐겁게 지내라고 했다며
365일 입던 검은 옷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판타스틱한 보라색 옷으로 짠~나타나죠
'먹으면 달라진다
대단한 요리야'
눈 펑펑 하얀 겨울이 오고
가슴산이 있는 이 마을에서
온갖 구애 거절하고 처녀로 살며
첫사랑과의 약속을 지킨 엄마
루리코의 사연을 드디어 린코가 알게 됩니다
엄마는 첫사랑을 간직한 순정한 여인이었고
딸 린코는 불륜의 아이가 아니었던 거죠
린코가 엄마의 남자 친구에게 대접하는
가다랑어포를 갈아 만든 오차즈케는
엄마와의 화해를 의미하는데요
소중한 시간은 늘 그렇게
갑작스러운 깨달음으로 뒤늦게 왔다가
저녁놀처럼 아련히 저물어 사라집니다
다시 봄이 오고 유채꽃 노랗게 피어날 때
빅뉴스를 전하는 엄마 루리코는
수줍은 첫사랑 소녀처럼 분홍분홍 얼굴로
번개 점프를 함께 한 첫사랑 선배를 만났는데
바로 엄마의 담당의사랍니다
엄마는 암이고 수술도 안 되는 상태라며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는 엄마의 미소가
가슴 먹먹합니다
빨강 옷 입힌 돼지 에르메스를
빨간 유모차에 태우고
엄마와 딸이 함께 풀밭 소풍을 갑니다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엄마에게 건네는
린코의 스콘이 참 맛있어 보여요
엄마의 첫사랑 의사 선생님이
첫사랑 약속을 지키겠다며
엄마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엄마는 린코에게 피로연을 부탁합니다
딸이 정성으로 차려주는 밥상에서
늘 건너뛰던 채소 절임을
비로소 먹는 엄마는 웃어도 슬퍼 보이고
가슴산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모녀의 뒷모습은 코끝 찡합니다
피로연에서 에르메스를 먹자는 엄마와
빵을 먹인 후 에르메스를 트럭에 실어 보내고
에르메스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듯 요리하며
행복한 작별을 준비하는 린코의 모습이
슬픈 만큼 행복해 보입니다
엄마 루리코의 결혼식이
슬픔을 먹고 피어난 꽃처럼 화사합니다
노랑 옷의 린코는 해맑은 표정으로
에르메스를 추억하고 에르메스에게 감사하며
돼지고기 먹방 세계 여행의 상상과
웨딩드레스 입은 엄마와 에르메스를 타고
날아오르는 행복한 꿈의 모습을
판타스틱 모드로 보여줍니다
엄마가 하늘 여행 떠난 후
첫사랑 약속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집 떠나는 의사 선생님을 배웅하는 린코는
에르메스의 익히지 않은 햄을 선물합니다
달팽이 식당을 시작할 때
쿠마 아저씨에게 빌린 돈을 갚으려 하자
그 돈이 바로 엄마의 돈이었다는군요
엄마의 애틋한 진심을 끌어안으며
쿠마 아저씨에게도
엄마의 작별인사와도 같은
에르메스 햄을 선물하죠
슬픔의 순간마다 눈물겹지 않게
빛깔 고운 일러스트가 선물처럼 펼쳐지는
영화 '달팽이 식당'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애틋한 사랑과 행복의 레시피로 남아
노랑노랑 민들레꽃으로
곱고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린코의 예쁜 레시피 공책이 간직한
해맑은 노랑 체크무늬의 사랑스러움으로
오늘처럼 봄비 내리는 날이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오후의 간식은
스콘으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