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99 추억의 영화를 본다는 것
영화 '백야'
'백야'라는 제목이 주는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에 끌려
언젠가 보았던 추억의 영화를 또 봅니다
백야는 해가 지지 않아 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죠
북극에서는 한여름에 백야 현상이 일어납니다
추억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무렵의 나를 만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보다 더 어리고 철없던 나와
그 시절의 풋풋한 감성과
다시 마주하는 일이기도 해서
그 기억들을 잠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여행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으로
인간의 자유와 갈망을 표현하는
발레리노 니꼴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강렬하고 환상적인 춤이 좋아서 몰입합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함께 흐르는
라이오넬 리치의 노래
'Say You Say Me '가 좋아서
긴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망명한 무용수 니콜라이 역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실제로 러시아에서 캐나다로 망명하고
다시 미국으로 이주를 한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입니다
긴 백야가 계속되는 시베리아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비행기 고장으로
시베리아에 불시착한 니콜라이에게
고향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는
KGB 차이코 대령은
새로 지은 카로프 극장의 첫 공연 무대에
출연시킬 작정으로 다가오죠
미국 시민이니 영어로만 말하겠다며
대사관에 연결해달라는 니콜라이에게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여기서는 범죄자라며
위대한 무용수 니콜라이 로드첸코를
흑인 탭 댄서 레이몬드(그레고리 하인즈)와
아내 다나(이자벨 로셀니) 집에 맡깁니다
월남전에 대한 항의로 군대에서 탈영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탭 댄서 레이몬드에게
'왜 왔냐 자유가 지겨웠던가 보다'라고
니꼴라이는 말합니다
변절이 아니라 이곳을 택했다는 레이몬드는
미국을 좋아하는 애국자였으나
흑인으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탭댄스를 추지만
부자들은 탭댄스를 좋아하지 않고
18살이 되자 일자리가 없었다고 하죠
대령은 레이몬드를 이용해
니꼴라이를 회유해서 다시 춤추게 하려고
8년 전과 마찬가지 모습으로 남아 있는
니콜라이의 집에 머무르게 합니다
옛 연인 갈리나도 8년 만에 다시 만나죠
갈리나는 말하지 않고 망명한 것을 원망하지만
니콜라이의 탈출을 위해
미국 대사관에 연결을 해 줍니다
연습실에서 함께 춤을 추는
발레리노 니콜라이와 탭 댄서 레이몬드
두 사람의 모습이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다시 보아도 힘찬 에너지 뿜뿜~
다나를 연기하는
짧은 머리의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웃는 모습은 참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함께 웃고 있네요
갈리나의 도움으로
세 사람이 함께 탈출하는 모습이
심장 쫄깃하도록 절박합니다
차이코 대령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남는 레이몬드 덕분에
니콜라이와 다나는 탈출에 성공하죠
백야의 계절이 끝날 무렵
수용소에 있던 레이몬드는
포로 교환으로 국경을 넘게 되고
다나와 니콜라이를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도
해가 져도 바이러스는 지지 않는
백야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막막한 극야의 계절 한복판일지도 모릅니다
갑갑하고 막연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우리들의 백야
또는 극야의 계절이 끝날 무렵을
소망하고 상상해 봅니다
두 팔 두 다리 허우적대며
춤 흉내라도 내 보면 좀 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