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20 그대를 사랑해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
해가 저무는 시간
마음도 함께 기우는 시간에는
가만가만 노래를 듣기 좋아요
귓전에 그대를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
스물두 살 무렵
그리그가 다섯 곡의 가곡을 모아
'마음의 멜로디'라는 가곡집을 출판했답니다
그야말로 스무 살의 눈부신 감성으로
반짝임 충만한 노래들이었을 테죠
그중 세 번째 곡이 '그대를 사랑해'랍니다
노르웨이의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에드바르드 그리그는
북유럽의 울적한 정서와 서정미를
아름답게 표현하여
북유럽의 쇼팽이라 불린답니다
피아노 기초를 어머니에게 배우고
'북유럽의 파가니니'라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볼의 권유로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음악공부를 했으나 자유로운 그는 음악원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졸업은 했답니다
그리그는 사촌 누이이며 성악가인
나나 하게루프를 사랑하여
그녀를 위해 안데르센의 시를 가사로
'그대를 사랑해'를 작곡했답니다
둘의 사랑은 이루어져 결혼으로 이어지고
니나는 평생 좋은 아내로 함께 하며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었다는데요
성악가인 그녀는 그리그의 반주로만
노래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일편단심 민들레과인 거죠
그리그가 지인에게 쓴 편지에
아내를 향한 사랑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소녀를 사랑했고
그녀는 훗날 나의 아내가 되어
이 순간까지 내 인생의 반려자로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가곡의 참된 연주자입니다'
오~ 서로에게 일편단심이었나 봅니다
그가 곡을 붙인 '그대를 사랑해'는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짝사랑하던 소프라노 제니 린트에게 보낸
애틋한 사랑의 시인데
안타깝게도 안데르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군요
그래도 두 사람 중 하나는
아름답게 이뤄졌으니
반타작은 한 셈입니다
'그대는 나의 생각이며
그대는 나의 존재이고 생명입니다
그대는 내 마음속 영원한 기쁨이고
지상의 그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의 행복은 바로 나의 것
내 운명이 변할지라도
그대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니 아쉽고 안타깝지만
안데르센의 가슴속에서는 평생
영원한 사랑으로 머무르지 않았을까요?
아닐까요? 부질없는 질문입니다
안데르센 스스로
가장 감동적인 동화라고 여겼다는
'인어공주'에서 마녀에게 목소리를 내어주고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공주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곱게 간직하며 살았을 것 같아요
이미 이루어진 사랑은
행복의 냅킨처럼 살다 보면 구겨지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아직 펼치지 않은 리넨 냅킨처럼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마음 어딘가에 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