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21 대책 없는 사랑
일본 영화 '카페 이소베'
카페 나들이가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테이크 아웃으로 만족하며 살아요
대신 카페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며
지내는 재미가 그런대로 쏠쏠합니다
그러나 영화 '카페 이소베'의
카페 이소베는 동화처럼
예쁘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아닙니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동네 카페죠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매력적인 카페가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고 싶고
가끔은 외면하고 싶은
덕지덕지 구차한 현실이니까요
8년 전 집 나간 엄마 덕분에
아빠(미야사코 히로유키)와 둘이 살던
사키코(나카 리이사)는
야무진 고등학생이지만
풋풋한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는 도무지 이해 불가죠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 덕분에
제법 큰 유산을 받게 되자
대책도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푹 퍼져 늦잠에 빠진 아빠를
새총으로 겨냥해 깨우는
사키코의 모습이 웃퍼요
스스로 형편없는 사람이라며
대충 살던 아빠 이소베 유지로는
그래도 딸바보 아빠라
엄마와 헤어지면서도 딸을 챙긴
착한 고집쟁이 아빠죠
갑자기 유산을 받게 되자
커피 주문을 받고 라떼 아트를 하는
바리스타가 멋있어 보여
다짜고짜 카페를 열기로 하고
카페 운영이 간단하지 않다는
야무진 딸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리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불태우는
무대책 허당 아빠랍니다
딸의 경고를 무시하고
아빠는 카페 준비를 합니다
'카페 이소베'라는 간판부터 티격태격
표범무늬에 미러볼에 노래방 기계까지
딸의 눈에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실내장식에
오픈 기념 휴대폰 줄까지 취향 들쭉 날쑥
드디어 오픈을 하게 되지만
아빠의 근자감이나 성취감과는 달리
똑순이 딸내미는 불퉁불퉁거립니다
오픈하자마자 구하지도 않는
아르바이트 지망자가 오지 않나
어깨 아저씨들이 오지를 않나~하던 차에
예쁜 여자 손님 모토코(아소 구미코)가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죠
마음 헤픈 모토코 덕분에
이소베 카페 손님은 늘어나지만
번잡하고 민망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사키코는 모토코에게 마음을 주는
아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엄마는 어른이라 아빠를 이해합니다
어른들 마음도 철부지들의 마음과 같다고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거라며
딸 사키코를 다독입니다
그런 거죠
어른이라고 다 철들지 않듯이
카페라고 다 예쁘고 분위기 있는 건 아니고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다 매력적이지는 않고
현실은 깔끔하기보다 누덕누덕하고
인생 또한 생각처럼 녹록지는 않으니까요
햇살이 곱게 쏟아지는 카페도 아니고
분위기 좋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도 아니고
커피 맛이 유난히 좋은 카페도 아니고
비 오는 날 잔잔히 머무르고싶은
감미로운 카페도 아닌
철없는 아빠의 '카페 이소베'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그저 그런 동네 카페인 거고
그 또한 우리의 인생인 거니까요
개그맨이자 영화배우 미야사코 히로유키의
대책 없고 허당이면서도 마음 따뜻한
아빠 연기 덕분에 엔딩에서
웃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카페 이소베'는 문을 닫게 되지만
닫힌 카페의 빈틈으로 지난 시간들을
들여다보며 아쉬워하는 건
딸 사키코일 뿐입니다
여전히 허허실실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고
더는 잃을 것도 없다는 듯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달리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맙니다
이건 뭐 허무개그도 아니고~^^
카페 이소베는 망했지만
아빠는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봤고
딸은 아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아빠와 딸 사이는 망하지 않고
두 사람 다 한 걸음 성숙하고 성장했으니
그걸로 된 거죠~더 무얼 바라요
바란다고 주는 인생도 아닌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