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19 저 산 너머 사랑
영화 '저 산 너머'
하얀 실로 또박또박 꿰맨
소년의 깜장 고무신처럼
가난하지만 해맑은 아름다움으로
가난마저도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영화 '저 산 너머'
보들보들 강아지풀 같은 느낌의
영화 '저 산 너머'는
착하고 예쁘고 아련하고 아스라한
꿈의 동화 같아요
어릴 적에 손등으로 살며시 스치면
보드랍고 다정한 속삭임을 건네던
보슬보슬 강아지풀로
동생의 뒷덜미에 장난치던
생각이 문득 납니다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노?'
소년 스테파노의 물음에
엄마는 대답하십니다
'안동이 있지'
'저기 저 산 너머에는?'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쟁이 소년 수환의 어린 시절이
산 너머 별똥별을 그리워하는
소년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큼직한 순둥이 눈을 끔벅이는 모습이
귀엽고 애잔하고 사랑스러워요
무엇이 또 궁금하냐고
엄마는 웃으며 물으시죠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소년 수환에게
소년이 태어나고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
딱히 어디가 고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가는 곳이 고향이라는 엄마의 대답이
소년에게는 그리운 꿈의 씨앗이 됩니다
아파 누운 아버지가 안타까워
문밖에 앉아 우는 소년 수환에게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고
아버지는 죽어 천주님 곁으로 가는 거'라고요
가난한 옹기장수 아버지가 미웠다는
형 용환에게 보속을 주시는 신부님은
동생 수환도 함께 들으라며
천주교 박해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1845년 가을 강경포구에 도착한
김대건 신부님의 첫 미사 강론을 듣고
선비 김익현도 천주교 신자가 되었는데
그분이 바로 소년의 할아버지시랍니다
할아버지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시고
할머니는 소년의 아버지 갓난쟁이를 품고
옹기터에서 숨어 사셨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소년의 아버지는
가난한 옹기장수로 사시다가
천주님 곁으로 가십니다
사제서품식을 본 후 엄마는
늦둥이 두 아들이 신부가 되기를 소망하시죠
마음밭에 천주님이 씨앗을 심어주신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궁금쟁이 소년이 물어요
엄마의 마음밭에는 어떤 씨앗이?
8남매를 낳아 키웠으니 엄마의 씨앗이라는
엄마의 대답은 다정하고 상냥하십니다
두 형제에게는 천주님의 씨앗이라는
특별한 씨앗이 뿌려졌으니
신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형 용환은 엄마의 효자가 되고
천주님의 효자가 되기 위해
신부님이 되겠다고 하죠
궁금쟁이 스테파노 소년은
순둥순둥한 두 눈을 끔벅이다가
인삼가게 주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엄마는 잘 아십니다
인삼을 먹으면 아버지가 살 수 있다고
인삼가게 주인이 말했는데
비싸서 살 수가 없었거든요
엄마는 웃으며 다정히 말씀하십니다
인삼장수가 되든 옹기장수가 되든
마음이 가는 대로 살라고
그러나 무엇이 되든
천주님의 아들임을 잊지 말라고
삼시세끼 밥을 먹듯이
영혼의 양식도 잊지 말라고 하시죠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고
궁금쟁이 소년 스테파노는 또 물어요
마음밭에 뿌려진 씨앗이 무엇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소년의 물음에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해주십니다
'글쎄다 신부님도 잘 모르지만
사람에게는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
그리고 내가 모르는 내가 있는데
그 씨앗은 내가 모르는 내 마음밭에
심어진 것이 아닐까'
내가 모르는 내 마음밭인데
어떤 씨앗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또 묻자
기다리면 알게 될 거라고 하십니다
천주님께서 대답해주실 거라는 의미겠죠
마음의 소리에
하염없이 귀를 기울이는 소년에게
나뭇잎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려오고
반짝이는 햇살의 소리도 들려오고
저 산 너머 그리움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소년의 가슴에 파랑새처럼 날아온
소녀의 애틋한 마음을 뒤로하고
저 산 너머 마음의 고향을 향해
소년은 야무진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소년의 마음밭에 심어진 씨앗은
무성한 초록 나무로 자라
세상의 빛이 되고
따뜻한 밥이 되셨어요
이제는 하늘의 바보 별이 되신
우리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사랑 친구님표 떡국 한 상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은 우리 우리 설날이니까요
떡국 맛나게 드시고 나면
커피는 제가 대접해 드려야죠
오래전 가브리엘과 내 견진성사 자리를
따사로운 빛으로 밝혀 주시던
사랑과 감사의 인연에 깊이 감사드리며~^^